화무십일홍...
세월은 떨어지는 꽃가루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이렇게 어두컴컴하게 남는다...
누구의 시간인들 그 떨어지는 꽃가루들을 피할 길 있겠는가...
모두가 떨어지고 나면...
흔적 없이 쓸려나갈 시간 앞에 무기력한 마음이 무겁다...
화무십일홍 인불백일호...
꽃은 열흘 붉은 것 없고 사람 백일 한결같이 좋을 수 없다 했으니...
영원하지 못할 것들 앞에서 함부로 애틋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나는 오늘 이 축제의 뒷골목에서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변 종모《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증에서...
봄이었던가...
내게도 그리 꽃이 피었던가...
어디 꽃 핀다고, 다 열매 맺던가...
한바탕 화사하게 웃었으면 황홀한 일...
잠시 이 세상 눈 맞춤이 가슴 벅찬 순간인 것을...
차창밖으로 던져진 무심한 시선속으로 와락 달려드는...
붉은빛이 선연한 연산홍을 보면서...
아...이제 이 봄도 끝자락이구나...
나도 모르게 한탄 같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몇일전 까지만 해도 부농부농...
하늘거리는 꽃잎파리들이 바람에 나부끼던 가로수 거리가...
시샘어린 시린바람 묻어와 한두차례 비를 뿌리고 가더니...
어느새 그 꽃잎 바람에 다 띄워 보내고...
푸릇돋는 새싹의 앙증 맞은 연두빛이 한창이다.
그 모든것이 내게는 생소해 지는 날...
나는 온몸이 아프다...
처방전을 받아들고 유리문을 나서는데...
하얗게 부서지는 햇살 속에서 왜 이렇게 나는 아득해지는지...
이봄.....
나는 왜 자꾸만 슬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