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수신인을 두고 쓰는 것이 아닌 목적 없는 낙서 마냥...
멍하니 읊조리는 일이 잦아 졌다는 것은 곧...
그 동안의 순탄한 일상에서 힘듦 또는 짜증을 감지 해냈기 때문이다...
평소 그저 중립을 유지하며 무감정으로 지내거나...
보통보다는 약간 들 떠 있을때 난 가끔 중얼거리는 것을 잊어...
벙어리가 되어 버린다...
마음이 심란하여 어떤 음악으로도 위로 받지 못할 때...
머리도 바꾸고 매니큐어도 새로 칠하고 새로 산 구두도 신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진 나를 보아도...
누구도 마주하고 싶지 않을 그 무렵, 이 시기가 되어...
그제야 무언가를 끄적여야 할 의무를 느끼고...
서랍장 맨 아랫 칸의 무제노트와 연필 한 자루를 꺼내쥐어...
마치 잡다한 것들로 꽉꽉 가득 차버려 용량이 부족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은 컴퓨터 디스크 정리를 하듯이...
복잡하게 뒤엉킨 내 기억, 내 생각들을 한조각 두조각...
버리고 또 쌓고를 밤새 반복한다...
이렇게 난 아파지면 뒤늦게 급히 씹어 삼키는 진통제 처럼...
오로지 이것들에 의존하여 기대어 나를 삭힌 후에...
그리 하얗지도 까맣지도 않은 불분명한 회색분자 마냥...
불투명하게 또 다시 나를 감춰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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