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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Therapy/기억의 편린

시작이 반...

by Rain.. 2017. 9. 14.

 

 

 

 

 

 

 

살면서...

여러번 마음 먹고,시작하고, 포기하고...

알았다...

 

발은 떼기가 힘들고...

뗀 발은 가볍지만...

오랜 걸음은 다시 어렵다는 것을...

 

그것이...

시작이 반인 이유였다...

그리고 작심삼일인 이유였다...

 

 

손 락천 / 시작이 반이다, 그러나...

 

 

 

 

 

 

 

 

집밖은 위험하다?

집밖으로 나가면 큰 일이라도 생기는 것 처럼...

출.퇴근이나 분리수거를 제외하고는...

현관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날이 다수다.

대부분의 장보기는 이마트 앱을 이용하고...

왠만한 건 인터넷 쇼핑으로 해결 한다.

그렇다면,나는 집순이가 체질인걸까...?!!!

 

손에서 카메라를 놓아 버리기 시작 하면서...

어느듯 나는 완전히 집순이가 되어 있었고...

울집 냥아치들의 충실한 집사가 되어 있었다.

먹고, 자고, 일하고 그러기를 벌써 일년...

일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두문불출이다.

그리 넓지도 않는 집 안에서만 맴돌면서...

겨우 청소기 돌리고 냥이들 밥 챙겨 주는게 전부인 일상들.

그러다 틈만 나면 베란다에 나가 화분들을 들여다 보면서...

멍~때리다가 우두커니가 된다.

그렇게 멍때리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나는 점점...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는 날이 많아졌고...

하루하루 그렇게 방치되어 가고 있었다.

 

예전에도 툭하면 감기 몸살로 골골 거리면서...

저질스런 체력을 한탄하곤 했었지만...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젠 정말 어떤 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아주 심각하고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스스로도 통감한다.

다이어트도 좋고 미용도 좋지만...

이젠 정말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은 필수라는 사실이...

몸으로 마음으로 절실하게 와닿는 나이...

이제는 건강부터 챙기고 볼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이것저것 여러가지 시도는 해 보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가볍게 동네 한바퀴 도는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마음 먹은 김에 가벼운 차림에 모자만 눌러 쓰고...

늘 창밖으로만 내다 보던 아파트 뒷 길...

그 풍경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 갔다.

비록 또 몇일을 못가고 작심삼일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작심까지 했으니 시작이 반인 셈이다.

 

늘 창밖으로만 바라 보던 낯익은 그 풍경들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오면서....

이미 예전의 그 풍경들이 아니었다.

살아 있었다.

크고 작은 텃밭에는 가지며 고추며 주렁주렁...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는 부지런한 손길도 만나고...

텃밭에 늘어지게 않아 그루밍을 하는 길 고양이도 만났다.

수확이 한창인 포도밭에서 풍겨져 나오는 단내를 맡으며...

단내 만큼 가을도 익어가고 있음을 체감 하면서...

포도송이 마다 일일히 봉지를 싸시던 아이들 할아버지 모습이 생각나...

잠시 옛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렇게 잠시만 문밖을 나서면...

아름다운 풍경과 예쁜꽃들이 지천인데...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집 안에서만 맴돌면서...

어두침침한 회색 건물안에 스스로를 가두었으니...

등신도 그런 상등신이 또 있을까 싶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작은 연못 하나를 만났고....

연못에는 어쩌다 철없이 피다만 연꽃이 드문드문 보이기도 했지만...

이미 까맣게 말라버린 연밥 대궁만이 처량하고...

햇빛에 하얗게 부서지는 은빛 갈대 사이로...

휘청휘청 낭창낭창 교태스럽게 허리를 흔들고 있는...

코스모스가 바람을 타고 있었다.

 

그 둑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두어바퀴 돌고나서...

한숨을 돌리며 올려다 본 하늘이 어찌나 좋던지....

잔잔한 양떼 구름이었다가 바람을 타고 날으는 한마리 불새 였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환상적인 구름을 보면서...

높고 푸르게 열린 하늘처럼 내 가슴도 활짝 열고...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

부디, 제발, 더 이상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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