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나희덕 / 찬비 내리고 중에서 편지 1
Rain And Tears - Demis Rous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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