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에는 우아한 상쾌함만이 있다.
차분해진 날씨만큼
우리는 어떤 생각도 가공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볼 수 있다.
하지만 가을은 빨리 사라진다.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홀연함으로.
되바라지게 더운 여름과 되바라지게 추운 겨울,
한 해의 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봄은
자기 몫의 여운을 꽤 챙겨가는 데 반해
가을은 그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스르륵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 우리에게 주어진
찰나의 가을을 붙잡아야 한다.
유지혜《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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