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속에 봄비 같은 비가 내린다...
마른 가지위에 송알송알...
숨어있는 새순이 삐죽이 나올 것만 같은...
포근한 날이다...
어두운 하늘가에 빗줄기가 조심히 내린다...
우악스럽지 않게, 거세지 않게...
겨울에 내리는 비인데도 불구하고 미리 봄을 당겨 오는듯 하다...
비가 메마른 나뭇가지마다 차곡차곡 쌓인다...
잘 스며들어 나뭇잎이 없어도 외롭지 않게...
촉촉하게 있었음 좋겠다...
비가 내린다...
봄비 같은 겨울비가...
어둑어둑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아들녀석 출근할때 까지만 해도 뿌연 안개만 자욱했을 뿐 비는 없었는데...
까마득하게 세상을 꺼놓은 채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희뿌옇게 시야를 가리던 그 안개가 미스트 같은 안개비로...
보슬보슬 마치 봄비 같은 겨울비로 바뀌어 있었다.
귀막고 입닫고 완전 소통불통 집 귀신 처럼,
칩거 내지는 은둔 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요즘의 나는...
그래도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 내리는 날에는...
굳게 닫아 걸었던 내 이성의 실오라기도 감성과 함께...
한올한올 맥없이 풀어 헤쳐지나 보다.
사람이,사랑이, 소통이...그 따스한 온기가 그리워 지는 걸 보니...
끄트머리 달, 매듭달 12월...
무언가를 마무리 하기에도 무언가를 다시 시작 하기에도 좋은 달...
그 12월도 하루 하루 지워져 가고 2016년도 지워지고 있다.
또 다른 계절이 다가 오듯이 또 다른 새해를 준비 하면서...
놀며 쉬며 1년여 가까이 펼쳐 놓았던 십자수를 드디어 마무리 지었다.
60x40 한칸도 빈틈없이 빼곡하게 채워 넣어야 하는지라...
그 지루함에 몸서리 치면서 여러번 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했고...
또 지치게도 했었던 구스타 클림트의 키스...
괜히 시작했다 싶을만큼 내 눈의 피곤함을 지속적으로 자극 했지만...
막상 완성해서 식탁위에 펼쳐놓고 보니...
나의 인내심의 끝을 보는것 같아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하다.
어쨋든 이렇게 십자수도 마무리 짓고...
왠지 모를 조급함과 시원섭섭한 감정이 뒤썪인 채로...
구석구석 숨겨져 있던 것들을 찾아 내서...
하나하나 정리를 하면서 버릴것은 버리고 간직할 건 간직 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말이지 병신 같았던 병신년 한해를 마무리 지어본다.
겨울속에 봄 같은,
봄비 같은 겨울비가 종일토록 간지럽게 내린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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