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든, 마흔 살이든, 일흔 살이든,
그것은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지점인 것 같다.
떨림과 어긋남과 차이......
그 속에서 우리의 생은 LP판 속의 가수처럼 노래한다.
정밀한 트랙 위에 금을 그으며 실제로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봉인된 지도 같은 손금속에서 스스로를 감거나 푸는 것이다.
서서히, 혹은 갑작스럽게..정신적으로 신경증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낡아가며, 시간과 기억의 불협화음과...
망각과 실종의 허방 사이에서 간혹 날카로운 스크래치를 일으키며....
그러니 삶이란 우리를 어느 다른 곳으로 데려 가는 것이 아니라,
퇴적층의 무늬를 만들며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운반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