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지 않은 앞날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앞날은 밀려오고 우리는 기억을 품고 새로운 시간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기억이란 제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속성까지 있다.
기억들이 불러 일으킨 이미지가 우리 삶 속에 섞여 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기억이나 나의 기억을 실제 있었던 일로 기필코 믿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고 필요이상으로 강조하면
나는 그 사람의 희망이 뒤섞여 있는 발언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그렇게 불완전한 게 기억이라 할지라도
어떤 기억 앞에서는 가만히 얼굴을 쓸어내리게 된다.
그 무엇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의식들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기억일수록
아침마다 눈을 뜨는 일이 왜 그렇게 힘겨웠는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은 왜 그리 또 두려웠는지,
그런데도 어떻게 그 벽돌을 뚫고 우리가 만날 수 있었는지...
신경숙《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