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숲길을 걷다가도 메마를 줄기에 흐르는 나무의 눈물을 다려요
가지마다 눈뜨는 새싹의 두 팔과 연둣빛 이파리에 앉아 우는
휘파람새의 젖은 노래도 다려요
바람 부는 날엔...
페르시아 사막을 건너는 쌍봉낙타의 눈망울을 다려요
하늘을 날다 거꾸로 처박힌 아라비아 상인의 양탄자도 다려요
모래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불쑥 솟아오른 무덤도 다려요
마음이 우울한 날엔...
신발장 한구석에서 늙어 가는 검정색 단화의 외로움을 다려요
여기저기 버려진 채 잊혀 가는 내 못생긴 발자국도 다려요
송곳처럼 세상을 찔러 대던 하이힐의 콧대도 납작하게 다려요
어쩌다 안개 낀 날에는
안개 속에 나를 잡아넣고 적당하게 촉촉해진 눈가를 다려요
입가에서 떠날 줄 모르는 근심도 다려요
어린 날개가 바닷물에 절어서 돌아온 나비처럼
축 늘어진 어깨를 다려요
그날이 그날 같은...
최혜숙 / 그날이 그날 같은...
Falling Through The Rain - Omar Ak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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