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풀린 달이 하얀 길을 낸다...
그 길을 따라 물이 온다...
갯벌에 발목만 담그고 있던 바다의 밑그림들이 술렁거린다.
오늘은 달도 만조가 되는 날...
포구의 밤풍경이 비로소 다 맞추어지기까지 보름이 걸렸다.
다시 물이 온다...얼마나 많은 섬을 훑고 돌아다녔는지...
철벅철벅 오는 걸음이 느리고 무겁다.
오래전 너는 내게 맞물렸던 한 조각...
폭풍우 같은 시절이 지날 때 너는 훌훌 뭍을 떠나 섬이 되어 숨었다.
섬과 섬을 기웃거리며 다녀도 보일 듯 말 듯한 하얀 종아리...
수많은 섬들 중에 익숙한 네 무릎도 볼 줄 모르는 나는...
너를 이해하는데만 반생이 걸렸다.
이름도 없이 숨었나..끝내 찾지 못한 너 때문에 눈이 아프다.
너는 거기서 나는 여기서 조금씩 낡아간다.
그러므로 내가 너를 찾았을 때는...
헐렁해진 거리를 힘들어 할지도 모르는 일...
시간을 뒤엎어 다시 끼워 맞추면 그때는 네가 보일까...
텅 빈 해안선 둥글게 굽은 옆구리에...
억지로 제 몸을 들이미는 달빛...
허 영숙 / 섬..누군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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