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남기고 간 어둠...
생의 입자를 물고 흔들리든 것이
가라앉아 이룬 저 묵직한 고요...
가라앉는다는 것은...
이토록 고요하고 이슥할 때 이루어진다.
시간이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선명하게 갈라놓고 난 후에...
비로소 바닥에 닿는 것이다.
쇳물의 붉은 혼이 쏟아질 만큼...
아프게 떨며 소리를 멀리 보낸 종(鐘)일수록...
제 몸 가라앉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너도 저녁이 오고 한참 뒤에야 가라앉았다.
저녁의 등뼈를 짚고...
쏙독새가 기억의 늑골 근처에 와서 울어도...
꽃잎 몇 장 떨어져 어둠에 포개졌을 뿐...
이미 쏟아내고 없는 격렬의 시절...
그 아래 굳어 버린 너를 무엇으로도 흔들지 못한다.
바닥에 압화가 되고 있는 꽃잎이...
모든 윤곽을 지우며 낮게 번지는 이 저녁이...
아무런 아픔 없이 혼자 가라 앉았겠는가 하고...
바닥에 이르른 것들에게 물으면...
별들이 내 눈속에 축축한 지층을 이루며...
울컥울컥 가라앉는 것이다.
허영숙 / 저녁의 앙금...
Romantic Blues Mix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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