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르, 소리도 없이 어느새 곁에 와 있는 가을...
그러나 그는 여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내 주위를 서성이다 불현듯 증발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심장을 찌르고 위무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 문득 나를 떠날, 가을...
나를 향해 다가온 줄 알았더니 한두 마디 이야기만 나누고...
그대로 스쳐가버리던 해마다의 가을...
그러나 오늘 문득 가을과 내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가...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가 헤어지는 게 아니라...
어쩌면 처음부터 나란히 걷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내 손을 잡고 걸어온 여름이...
자, 이제 가을과 동행하세요, 하고...
그의 손에 나를 넘겨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세상의 모든 것은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쉽게 정을 주지 않는 건 이별의 무게가 무거울까 봐...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없듯,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없을지 몰라요...
이 가을, 가을과 나란히 걷는 일...
세상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사랑을 하는 일...
나는 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나란히 걷기 / PAPER 황경신
포근하게...
등뒤에서 살짝 안아 오는 이 누구신가...
설레는 마음으로 뒤 돌아보니...
눈부시게 찰랑이며 서 있는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웃는다.
팔랑이는 나뭇잎을 어루만져 가을빛으로 물들이고..
어느 영악한 건축가의 촘촘한 거미줄 망을...
그대로 통과한 그 바람이...
아슴아슴 가슴속 남아 있는 그리움 되어...
함께 걷자 손 내민다.
이런 날은 누구라도 좋겠다.
손 꼭잡고 따스한 두손의 온기를 나누며...
같이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워지는 계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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