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색깔의 이미지로 남는다는 것은
좀 더 오래도록 기억된다는 뜻이다.
색깔이 아니어도 무엇이든 선명한 이미지로 남는다는 것은
기억의 끄트머리를 좀 더 오래도록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분홍으로, 보라로, 하얀빛으로, 장미향기로, 물냄새로, 나무냄새로,
더러는 매콤한 술냄새로, 바이올린으로, 피아노로, 트럼펫으로….
이미지는 확실히 언어보다 힘센 뿌리를 가지는 법이어서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라는 싯귀의 진정성을 실감케 한다.
가끔은 한 사람 생각에 줄곧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한 사람은 이제 나를 잊었을 것이고,
나에 대한 이미지만 어슴프레한 여명처럼 남겨져있을 것이다.
술냄새로, 빗소리로, 술냄새로, 빗소리로….
그러나 이토록 비가 오지 않는 마른 우기에 나는
누구에게 멀리멀리 기억될 수 있을 것인가...
류근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중에서...
'Emotion Therapy > 생각의 온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끔은 이어폰을 빼고 (0) | 2021.09.30 |
---|---|
그리움은 공평하다 (0) | 2021.09.24 |
9월은 그런 계절입니다. (0) | 2021.09.02 |
해 질 무렵의 차분한 감성이 좋다. (0) | 2021.08.31 |
눈먼 열정이 끝나는 곳에 (0) | 2021.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