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보다 붉게 자신을 태울 줄 모른다.
나는 저보다 곱게 세상을 물들일 줄 모른다.
나는 저보다 짧게 나무와 이별할 줄 모른다.
나는 저보다 낮게 대지에 몸을 뉘일 줄 모른다.
나는 저보다 쉽게 바람에 풍화될 줄 모른다.
저는 나보다 뜨겁게 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을 줄 안다.
저는 나보다 부드럽게 한 사람의 가슴에 닿을 줄 안다.
저는 나보다 따듯하게 한 사람의 뿌리를 덮을 줄 안다.
저는 나보다 비장하게 한 사람을 떠나보낼 줄 안다.
저는 나보다 치열하게 한 삶을 살아낼 줄 안다.
해마다 이맘때면 부끄러운 죄인이 되어
나의 슬픈 죄를 고백하나니 꼭 한번은 저보다 힘껏 살아보리라...
이제 남은 생은 저보다 애틋하게 불태워 보리라 다짐할 적에...
오늘도 저는 나보다 깊게 가을 속으로 잠긴다.
오늘도 저는 나보다 가볍게 가을 밖으로 나선다.
양 광모《한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중에서 단풍연가...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 Aphrodite's Child
'Travel Therapy > 길위의 바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의 가을이지 하여도... (0) | 2013.11.06 |
---|---|
어제 걷던 거리를 오늘 다시 걷더라도... (0) | 2013.11.05 |
행복에 겨워 찰랑거리며...... (0) | 2013.11.04 |
나무들 한겹씩 마음을 비우고... (0) | 2013.11.01 |
어딜가나 바람 소리가 들렸다... (0) | 2013.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