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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herapy/길위의 바람...

오늘도 저는 나보다 깊게...

by Rain.. 2013. 11. 5.

 

 

 

 

 

 

 

 

 

 

 

 

 

 

 

 

 

 

 

나는 저보다 붉게 자신을 태울 줄 모른다.

나는 저보다 곱게 세상을 물들일 줄 모른다.

나는 저보다 짧게 나무와 이별할 줄 모른다.

나는 저보다 낮게 대지에 몸을 뉘일 줄 모른다.

나는 저보다 쉽게 바람에 풍화될 줄 모른다.

 

저는 나보다 뜨겁게 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을 줄 안다.

저는 나보다 부드럽게 한 사람의 가슴에 닿을 줄 안다.

저는 나보다 따듯하게 한 사람의 뿌리를 덮을 줄 안다.

저는 나보다 비장하게 한 사람을 떠나보낼 줄 안다.

저는 나보다 치열하게 한 삶을 살아낼 줄 안다.

 

해마다 이맘때면 부끄러운 죄인이 되어 

나의 슬픈 죄를 고백하나니 꼭 한번은 저보다 힘껏 살아보리라...

이제 남은 생은 저보다 애틋하게 불태워 보리라 다짐할 적에...

오늘도 저는 나보다 깊게 가을 속으로 잠긴다.

오늘도 저는 나보다 가볍게 가을 밖으로 나선다.

 

 

 

양 광모《한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중에서 단풍연가...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 Aphrodite's Chi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