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소멸을...
함께 꽃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차마 발을 내 딛지 못하겠다...
전 존재로 내 지르는 피 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지금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문 정희《살아 있다는 것은》중에서...
애 심 가 - 신 승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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