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 우리는 갈색이 된 희망도 가지고 산다.
마음의 끝에 세월이 명멸하는 시간에는 흐린 글씨의 편지를 읽고, 찢고...
기억 바깥에 세워 둔 다리 아픈 슬픔도 더운 방으로 불러들인다.
지나간 시간들이 돌아와 두드리는 내 아픈 기억과...
때로 숯불처럼 달구어진 언어를 차갑게 읽을 줄도 안다.
가슴 속은 얼마나 오랫동안 비어 있었나 빈 독을 울리는 음향처럼,
오늘은 정신의 채워지지 않은 곳간에 바람 불고...
정오엔 생기 잃은 지붕 위에 누굴 기다려 깃발 하나 꽂아 놓는다.
멀리 나들이 간 마음 불러와 어제 헤어진 사람 이름처럼 불러 보면...
가지 끝, 끝마다 작년의 모습으로 새움이 돋는다.
시를 써서 옷 속에 넣고 다니는 서른 해
내일 아침에는 어두운 구두 속에도..
어디선가 햇살 담겨 오길 바란다...
이기철 詩集『열하를 향하여』(민음사,1995)
Gods Of Lovers (Others Kingd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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