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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Therapy/기억의 편린

고요한 세월...

by Rain.. 2017. 7. 18.

 

 

 

 

 

 

 

눈가에 자리잡은 주름이...

제법 친숙하게 느껴지는 나이...

삶의 깊이와 희노애락에 조금은...

의연해 질 수도 있는 나이...

 

잡아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어슴푸레 깨닫는 나이...

눈으로 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삶을 볼 줄 아는 나이...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서도...

슴에는 한기를 느끼는 나이...

먼 들녘에서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에도...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지는 나이...

 

겉으로는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가슴속은 텅 비어가는 나이...

사람들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냄새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나이...

 

 

 

 

 

 

 

 

 

꽃잎이 색이들 때...

나뭇잎이 물들 때 이토록 아팠을까...?

예쁘게 늙어 간다는 것...

생각에서 꿈이 빠져 나간다는 것...

고요한 세월은 무섭고도 험하다.

 

불혹의 강을 건너...

지천명의 문고리를 잡고서야 나는...

거울앞에 서서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애써 감추려 듬성듬성 서리내린...

머리카락 몇 개를 조심스레 뽑아 본다.

부질없는 짓인 줄을 알면서도...

 

염색을 했다.

그 옛날 어렸을적 내 어머니 처럼...

귀밑머리 부터 하얗게 세어오던...

 세월, 그 한숨...

돌아 가실때 까지...

쪽진 머리를 고수하셨던 내 어머니...

오늘따라 참 많이 그립습니다...

 

양귀비 처럼...

매혹적인 모습을 꿈꾸라고 양귀비 였을까...

흑단같이 검고 풍성한 그 곱던 모습에...

야속한 세월 백발이 성성하여...

칠흙같은 검은빛 양귀비 염색약을...

꼼꼼이도 바르시던 내 어머니...

그 모습을 오늘 난...

내 거울속에서 보았다.

 

마흔 늦둥이 내 어린 눈에도...

면경앞에 앉아 쪽진머리 참빛으로 곱게 빗어 내리던...

그 모습이 참 고왔었는데...

내 딸 눈에 비친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서럽다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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