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햇빛이 가득 쪼이는...
건조하고 맑디맑은 가을 속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 나에게 미칠 듯한 환희의 느낌을 준다.
산다는 일,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할 수 있다는 일, 귀중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한 권의 책이 맘에 들 때, 또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들려올 때,
또 마당에 핀 늦장미의 복잡하고도 엷은 색깔과 향기에 매혹될 때,
또 비가 조금씩 오는 거리를 혼자서 걸었을 때,
나는 완전히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 진한 커피, 향기로운 포도주, 생각해보면..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것들이 너무 많다...
전혜린《그리고,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중에서...
먹방,쿡방,
이제는 사실 좀 지겹고 식상할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Tv만 틀면 먹방에 쿡방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어제 수요미식회 재방 만두편을 보다가...
여학생시절 즐겨 먹었던 추억의 만두가 생각이 났고...
갑자기 참을수 없을만큼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우리 설이와 함께 달렸다.
추억의 입맛을 찾아서...
워낙에 그 지역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데다...
방송까지 타게 되면서 분점까지 냈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너무 늦게 가면 빨리 만두가 다 소진되는 관계로...
늦지 않게 가야 한다는 말도 익히 들었었지만...
실제로 50년넘게 그자리 그대로...
아직 만두집을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서서...
기다리고 있는 그 광경 또한 놀라웠다.
처음 출발할때 생각은 5섯팩은 포장 주문하고...
2팩정도는 따끈할때 그 자리에서 먹고 오려 했었지만...
가게안이 너무 비좁은데다 붐비는 관계로...
일단 다섯팩을 포장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한뒤...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만두를 받아들고는...
예전 어렸을적 엄마랑 같이 먹었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소머리 국밥집으로 향했다.
7일장으로 유명했던, 그 시장 골목으로...
내 어렸을적 울엄마는...
장날마다 막내인 나를 꼭 데리고 시장엘 가셨었다.
시장에 도착하면 먼저 소머리 국밥부터 한그릇 말아 드시고...
이것 저것 장을 보시고는 마지막에 집으로 오기전이면...
잊지 않고 꼭 한가지를 나에게 사주셨다.
가령 옷이라던가 신발이라던가 가방이라든가 하는...
그래서 나는 그 재미로...
장날마다 엄마를 따라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 어렸때 기억이 입맛이...
알게 모르게 내 머리속에 깊히 박혀 있었는지...
내가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가졌을때...
갑자기 그렇게 엄마가 보고 싶어지면서...
그 소머리 국밥이 먹고 싶어서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마음을 안고 딸아이와 함께 마주보고 앉아 국밥을 먹으며...
어렸을적 내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느낌은...
또 다른 느낌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었다.
어쨋든 mission clear~!
한번은 해보고 싶었다.
굳이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기억 가득한 그런 내 추억들을...
딸아이와 함께 되짚어 가면서 같이 공유하는 것....
대박 감동이지 않은가...
누가 알았을까..어느새 내 딸아이가 이렇게 자라서...
함께 옛 추억의 입맛을 찾아서 국밥도 같이 먹고...
차안 가득 그 고소한 만두 냄새를 맡으며...
룰루랄라~~~
딸아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게 될줄이야...
마음이 그리워하고...
돌아가고싶은 시간으로 한발짝 뒤로 더 뒤로...
기억을 더듬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지금의 내가 불행해서가 아니라 한번씩 마음이 휑하니 허전해질 때...
그때 기억들을 더듬는다.
지나온 날들을 그리워하고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은...
사람마다 각기 마음이 기억하는...
추억의 테잎이 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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