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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Therapy/기억의 편린

그래요 아마도 삶이란 겨울인 게요...

by Rain.. 2018. 12. 16.

 

 

 

 

 

 

 

 

삶에서 엄마를 입고, 가족을 입고, 여러 곁을 입었지만... 

그 따뜻함에도 혼자일 때가 허다하였소...

하여 삶이란, 외로움을 벗고자 한 전쟁인 것을 진즉에 알고... 

피 튀는 전투에서 웃고 울은 위로를 얻었지만...

고독의 근본이란 그래서 떨쳐지는 존재가 아니었소... 

그렇게 봄과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끝이며 시작인 겨울이오...

그래요 아마도 삶이란 겨울인 게요... 

 

 

 

 

 

 

 

 

 

시계바늘 조차도 왠지...

평소보다 두배로 느리고 더디게 흐를것만 같은...

나른하고 나른한 휴일 날...

이불밖은 너무도 위험할것 같은 이 한 겨울 아침..

다들 늦잠에 빠져 있을거라 여기며...

그냥 이불속에서 뭉기적 대고만 있는데...

그만 자고 일어나서 밖에 눈좀보라는 아들녀석의 성화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베란다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소복소복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려 쌓이고 있었다.

'올해는 풍년이 들려나.. 눈이 올려니 자주오네...'

혼잣말을 하면서...

훅치고 들어오는 냉기에 얼른 문을 닫고 들어왔다.

 

그렇게 눈내리는 창밖 풍경을 보면서...

느즈막한 아점을 먹고는 다들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휴일낮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데...

수레장바구니 가득 김장김치를 담아 끌고서...

전화도 없이 벨도 누르지 않고...

쿵쿵쿵~문을 두드리며 찾아온 큰 언니...

다행히 눈발은 아침나절 보다는 잦아 들었지만...

눈길에 연락도 없이,,집에 없으면 어쩌려고...

딱..옛날 엄마들의 모습 그대로다.

요즘 며느리집에 이런식으로 찾아가면 정말 싫어 할텐데...

마음속으로 생각 하면서 혼자 웃었다.

 

갑작스레 형부 돌아가시고...

경기도에서 대구로 내려와 산지 벌써 12년째...

처음엔 조카네와 살림을 합쳐서 한 5년간 잘 사는가 싶었지만...

이런저런 잡음들과 사정으로 인하여...

6년만에 서로 따로 떨어져서 살게 됐다.

그렇게 따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조금의 섭섭함과 괘씸함은 어쩔수없이 언니의 몫이었다.

같이 산지 6년 따로 산지도 벌써 6년...

같이 산만큼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그 섭섭한 마음은...

조금도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만날때마다 매번 똑같은 이야기 똑 같은 푸념에...

사실 난 살짝 지겹기까지 하지만 어쩌랴...

언니에게는 딸도 없이 아들녀석만 둘이라서...

맘이 안좋거나 몸이 안좋을때 찾아가서...

기대고 푸념을 늘어 놓을만한데가 없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딸같은 막내 동생인 나에게 찾아 와...

이런저런 온갖 푸념들을 늘어놓으며 마음을 푼다.

오늘처럼 성성한 눈발이 날리는 날이면...

언니 역시 마음 한켠이 시리고 저리고 했을터이다.

그리고 사람과의 소통이,정이 그리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김장김치를 담아 끌고는...

나에게 찾아와서 이런저런 맥락없는 이야기들로...

푸념 보따리를 풀어 놓다보니 금새 하루가 저물었다.

 

눈이 내렸고, 추운 겨울일 것이라 했고...

주머니 안쪽 손 깊이 찔러 넣고 그렇구나 했다.

그뿐이다 내 맞거나 맞았던 모든 겨울을 기억하고...

내 지나갔던 모든 봄을 기억했지만...

가장 따뜻한 것도 가장 차가운 것도...

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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