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우리 꽃을 품고 산다...
때로는 마음자리 심란하여...
그리 아름답거나 향기롭지 않지만...
의미 없던 일이 없는 것처럼 그 의미에 핀 마음은...
저마다의 빛깔과 내음 그대로의 꽃이었다.
그렇게 우리 사실은 꽃을 보고 산다.
사실은 우리 꽃을 보며 산다 / 손락천
Come out and play - Billie Eilish
바깥엔 아직 메마른 겨울의 모습이 그대로인데...
어느새 벌써 홍매화가 눈을 틔우고 꽃을 피웠단다.
어느새 벌써............
몇일을 계속 겨울속 봄날같은 따사로운 햇살과 포근한 바람에...
통도사 홍매화가 만개 수준이라는 어느 기사와 사진을 보고...
그래서 그 바람을 안고 때아닌 꽃구경에 나섰다.
물론 운전은 왕복으로 우리 설이가 운전대를 잡았고...
그 덕에 나는 아주 조금의 편안함과 아주 많은 불안함에 떨면서...
스릴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찾아간 통도사...
홍매화가 만개는 무쓴 ~!
순간 욱해서 욕칠뻔 했다.
피어있긴 분명히 피어 있었으나...
이제 막 옥수수 알갱이에서 팝콘이 터지듯...
갸날픈 꽃이파리들을 톡.톡.. 피워올리고 있었다.
물론 이 엄동설한에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워낸 그 가상함이 어찌 이쁘고 기특하지 않을까 마는...
만개라는 말은 좀 과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 이쁜 모습을 더 이쁘게 담아내기 위해...
부지런한 진사님들이 벌써 보기좋은 곳에서...
앵글을 잡고 있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분도 여전했다.
하지만 절 내에 이런 저런 보수 공사로...
사찰 내부가 몹시도 어수선 하였으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로 인해 근접 촬영이 쉽지 않았고...
나무뒤 위쪽으로도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 놓아서...
제대로된 각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순전히 나의 아주 개인적인 취향이고 느낌이지만...
올해는 아마도 예전처럼 예쁜 그림이 나올것 같지 않은...
슬픈 예감으로 대충 몇컷만 담고는...
통도사를 처음 와보는 우리 설이를 위해...
이곳 저곳 한바퀴 둘러 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빠져 나왔다.
그렇게 어제는 때아닌 꽃구경에...
부농부농 잠시 마음이 설레기도 하였으나...
오늘은 또 새하얀 눈꽃으로...
또 다른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창밖으로 바람을 타고 폴 폴~날리는...
새하얀 눈꽃송이를 바라보 면서...
설중매를 찍으러 또 한번 달려봐~? 하다가...
어느 해 춘삼월에 내린 폭설에 발 빠르게 통도사로 달려갔다가...
우중매만 찍고 돌아왔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라서...
어제본 꽃모습에 그냥 만족하기로 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따스함에 묻혀 커피향에 취하고 창밖풍경에 취해서 그만...
하루는 꽃, 또 하루는 눈.꽃...
그렇게 하루만에 봄과 겨울사이를 오가면서...
향기로울, 그리고 아름다울 봄날을 그려본다.
봄꽃이든, 눈꽃이든...
저마다의 빛깔과 내음, 그대로의 꽃이었다.
그렇게 우린 사실은 꽃을 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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