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속 깊숙이 들어가면
문득 어떤 거울을 느낀다.
길 잃기 두려워 망설이고 망설이며
가랑잎 사각사각 밟아 가다가
이 미로 어딘가에 있을 텅 빈 공터와
거기서 잠잠히 녹슬어 가는
오래된 거울을 느낀다.
아예 미로가 스스로 미로라고
모르는 채로 알지 못하는 것처럼
스스로 거울이라 여기지도 않는
모든것들을 비추어 내는
고요한 거울을 느낀다.
스스로 답이라고 여기지 않으면서
다가오는 말을 느낀다.
겨울 숲 품에 깊숙히 갈수록
아득하고 해맑은 거울을 느끼고
그것이 뽀얗게 비추어 내는
대낮 별자리를 느낀다.
가물가물 돌고 있는 별자리를..
사이토 마리코《단 하나의 눈송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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