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motion Therapy/기억의 편린

11월...

by Rain.. 2016. 11. 1.

 

 

 

 

 

 

 

 

저물 무렵 마루에 걸터 앉아...
오래 전 읽다 놓아두었던 시집을 소리 내어 읽어 본다...
11월의 짧은 햇빛은 뭉툭하게 닳은 시집 모서리...
그리운 것들, 외로운 것들, 그리고 그 밖의...
소리나지 않는 것들의 주변에서만...
잠시 어룽거리다 사라지고...

 

여리고 순진한사과 속 같은 11월의 그 햇빛들이...
머물렀던 자리 11월의 바람은 또 불어와...
시 몇 편을 슬렁슬렁 읽어 내리고는...
슬그머니 뒤돌아서 간다...

 

그 동안의 나는...
누군가가 덮어두었던 오래된 시집...
바람도 읽다 만 사랑에 관한 그렇고 그런...
서너 줄 시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길을 걷다 무심코 주워보는 낙엽처럼...
삶에 관한 기타 등등이 아니었을까...

 

시집을 덮고 고개를 들면...
더 이상 그리워할 일도, 사랑할 일도...

한 점 남아 있지 않은 담담하기만 한 11월의 하늘...
시집 갈피 사이 갸웃이 얼굴을 내민...

단풍잎 한 장이 오랜만에 만난 첫 사랑 처럼...
낯설고 겸연쩍기만 한데...

 

 

11월 / 최 갑수

 

 

 

 

 

 

 

 

 

 

덥다 덥다 하면서 여름이 가고...

춥다 춥다 하면서 겨울이 간다.

좋다 좋다 하면서 봄이 가고...

아쉽다 아쉽다 하면서 가을이 간다.

가는 건 다 같지만 표현은 저마다 다 다르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가...?

나는 이 계절을 어떻게 표현 하고 있는가...?

 

11월 첫날, 갑자기 겨울이 찾아 온듯..춥다.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아들...

"으~~~~춥다~~~!" 며...

다시 들어와 두터운 겨울외투를 집어 들고 나간다.

9월,10월....

그 이름도 다 기억나지 않은 이런저런 태풍들로 인해...

맑은 날 보다 비오고 흐린날이 더 많았던 내 기억속에...

난 아직 제대로 가을을 느껴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그 겨울 시린 바람 이라니...

 

나는 아직 빛 고운 낙엽들이 늘어놓은...

세상 푸념들 다 듣지 못했는데...

발 뒤 꿈치를 들고 뒤돌아 보지도 않고...

슬그머니 사라져 가는 가을의 뒷 모습이라니...

한잎 낙엽에도 이렇게 푸른 멍이 드는 가슴인데...

이 길고 긴 시린 겨울을 어찌 견디란 말인가...

 

 

 

 

 

 

 

 

 

 

 

 

'Emotion Therapy > 기억의 편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  (0) 2016.11.26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0) 2016.11.06
참 시리다...  (0) 2016.10.29
살아 있다는 것...  (0) 2016.10.24
햇살이 눈부신...  (0) 201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