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을 다 가거나, 중도에서 멈추거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기치 않게 발이 묶여도...
그 또한 생의 선물이라고...
지금은 소나기 퍼붓는 시간이다.
비가 그치면...
나는 한번도 가 본적 없는...
낯선 길에 서 있으리라...
황경신《생각이 나서 2》중에서...
후덥하고 흐리멍텅한 휴일낯 오후...
커피잔을 들고 무심히 배란다로 향하다가...
문득 들려오는 매미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벌써 매미울음 소리라니...
내 기억속에 매미울음 소리는...
항상 7월 그 어디쯤에서나 들었던 것 같은데....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변덕스러운 날씨 만큼이나...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이젠 예측불허다.
우르르 쾅쾅~!!!
천둥 번개를 동반한 채...
요란스레 쏟아지기 시작하는 빗줄기를 바라 보면서...
떠오르는 수 많은 상념들 속에 잠시 커피향에 젖어 든다.
살아보니 알겠더라...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고,
남아야 할 사람은 남겨 지더라...
두손 가득 쥐고 있어도 어느샌가 빈 손이 되어 있고...
빈 손으로 있으려 해도 그 무엇인가를 꼭 쥐고 있음을...
소낙비가 내려...
잠시 처마 밑에 피하다 보면 멈출줄 알았는데...
그 소나기가 폭풍우 되어...
온 세상을 헤집어 놓고서야 멈추는 것임을...
스치고 지나야 하는 일들은...
꼭 지나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더라...
모든것이 다 때가 있는 법...
기다림의 때가 되면...
이 또한 모두 지나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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