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불 미처 켜지 않은 어두운 방...
반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에...
책상 위 놓여있던 흰 종이 한 장만 환하다...
그 종이에 씌어진...
검은 글씨들이 눈에 와 박힐 듯하다...
사회는 나를 포기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이것이 무엇인지 분명 아는데...
살고 싶다, 난 산다...
눈이 아프다, 눈길이 묶인다...
종이 한 장만한...
딱 고만큼만 어둠을 훼손하는 햇살..
여우볕 같은 희망...
이 선영 / 희망...
몇일 전부터...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감기에 걸렸다.
지끈거리는 두통과 따끔거리는 목 통증에...
끼니처럼 약을 챙겨 먹는다.
약 기운에 취해서 꿈꾸듯 몽롱하고 나른해지니...
마음도 말랑말랑 해진다.
이렇게 나의 가을은 어김없이 아프게 지나간다.
기온이 낮아 질수록 단풍이 곱게 물든다는데...
그 단풍 얼마나 곱게 물들려고 이리도 일교차가 심한건지...
자고 일어 났더니 오늘은, 어느새 겨울이 찾아 와 있었다.
온통 회백색 빛을 띠고 있는 하늘은 암울하기 짝이 없고...
바람은 또 왜 그렇게 불어 샀는지...
털컹거리는 창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이...
괴기스러운 휘파람 소리를 내고 있다.
마치 한겨울 대숲에서 이는 바람의 울음소리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