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어라...
부질없는 날 닮았구나...
뒤설레던 긴 겨울 그냥 놔둔채...
하필이면 3월, 그것도 중순...
끝없이 끝없이 내리다가...
결국엔 눈물이고 마는구나...
한때는 너도...
천지를 뒤덮은 사랑이었다...
나도 너처럼...
다 녹아 흐르면...
누군가의 가슴에서 무엇이 될까...
봄날, 하염없이 글썽이는...
내안의 눈빛...
삼월에 내리는 눈 / 이현우
그러게...
뒤설레던 긴긴 겨울 그냥 놔둔채...
하필이면 3월, 그것도 중순...
폭설이라니...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비가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시우고도...
제법 많은양의 비가 새벽녁 까지 이어지길래...
혹시나 눈으로 바뀌진 않을까 내심 살짝 기대는 했었지만...
정말 현실이 될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다가 순간 두 눈을 의심할 뻔 했다.
눈이, 그것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아니,함박눈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폭설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5년전 이삿 날 내린 눈 이후로...
몇년동안 그렇게 많은 눈이 쏟아지는 건 첨본 것 같다.
연일 이어지는 폭설로 오도가도 못하고...
고립이 될것 같다는'효리네 민박' 을 보면서...
대구에도 한번쯤은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었는데...
이렇게 3월의 폭설로 깜짝 선물을 받을 줄이야...
아침 여덟시, 아들녀석 출근하고 울 설이까지 알바가고...
다른 날 같았으면 다시 따뜻한 침대속으로 들어가...
비몽사몽 잠속에 빠져 있을 시간이었지만...
13층에서 내려다 본 새하얀 풍경을 보는 순간,
이미 잠은 저만큼 달아나 버리고...
아이처럼 설레고 들뜨는 마음이라니...
내게도 아직까진...
소녀소녀한 감성이 조금은 남아있나 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패딩점프에 목도리로 단도리를 한채...
무거운 카메라 대신 가벼운 휴대폰 하나만 챙겨들고...
아파트 뒤 놀이터로 향했다.
아무도 밟지않은 순백의 새하얀 놀이터는...
마치 미니어처 동화나라 처럼 귀엽고 앙증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3월의 폭설 속 그 환상적인 풍경에 빠져...
한참을 인증샷 남기기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데...
눈에 익은 자동차 한대가 내 앞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춰섰다.
조금 전 출근한다고 나간 아들 녀석이 다시 되돌아 온것이다.
워낙에 눈이 내리지 않기로 유명한 대구라...
그것도 벌써 홍매화가 꽃을 피웠다는 이 춘3월에...
제설작업이 제대로 될리가 만무했기에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는 차들로...
도로는 완전 주차장이 되어 버렸고...
학교마다 휴교령이 내려졌고...
아들녀석도 사무실 근처도 가지 못한 채...
오늘 하루는 쉬어가자는 연락을 받고 다시 되돌아 왔다한다.
그렇게 갑작스런 3월의 폭설로...
뜻하지 않은 하루를 깜짝 선물로 받고...
누군가는 설렘으로, 또 누군가는 불편함으로...
그리고 또 누군가는 달콤한 휴식과도 같았던 하루...
8년만의 폭설 운운하지 않아도...
아주 오랜만에 보는 눈쌓인 풍경은...
마음을 이상하게 술렁이게 하고 한껏 들뜨게 했고...
마음 깊숙히 숨겨 두었던 기억들을 꺼내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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