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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Therapy/기억의 편린

미혼 아닌 비혼...

by Rain.. 2018. 3. 28.

 

 

 

 

 

 

 

내게는 시시했지만...

누군가에겐 시시할 수 없던 일...

 

우린 이렇게 중함의 무게를 달리하여 살았고...

무겁거나 가볍다고 열광하거나 무시 하였지만...

 

각자의 삶은 각자에게 무거웠다...

누구의 삶에도 시시한 것은 없었다...

 

존.중...................

 

 

 

 

 

 

 

 

 

 

스물다섯..참 좋은 나이다.

활짝 핀 오월의 장미처럼 청순과 화사함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나이...

오늘, 울 설이 스물다섯번 째 맞는 생일날 이다.

지금 내 눈에 비친 스물다섯 내 딸의 모습은...

이쁜 거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틈만 나면 그 친구들이랑 여행도 같이 다니고 싶어하는...

딱 스무살 그 나이, 아직 철부지 그대론데....

그 철부지 아이가 오늘은 아주 충격적인 선언을 하고 나섰다.

 

말하자면 비혼선언...!

결혼 안 할거라는 말은 고딩때 부터 줄곧 들어왔던 말이라...

새삼 그리 놀랍거나 충격적일 것 까진 없었기에...

'그러다 좋은 사람 만나 봐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집가고 싶어 할거다' 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스물다섯 생일을 맞는 오늘, 단호하고 확고하게...

비혼선언에 대해서 똑 부러지게 제 생각을 말했다.

자신은 앞으로 절대 결혼이란 걸 할 생각이 없으므로...

어떠한 경우라도 결혼에 대해서...

압박을 주거나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는 것.

그러면서 얼마 전 장기기증에 서명까지 하고 왔다 했다.

혹시 살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래도 엄마는 알고 있어야 할것 같아서 이야기 하는 거라며...

너무 괘씸해 하거나 놀라지 말라 했다.

 

순간 조금은 놀랍고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 역시 그렇게 꽉막히고 닫힌 사람은 아니기에...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는 그런 고리타분한 말들로...

괜히 기죽이면서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제 겨우 스물다섯인데 너무 일찍 섣부른 판단을 한 건 아닌지...

엄마 마음으론 많이 걱정스럽고 염려스러운 건 사실이다.

앞으로 살날이 더 많은데, 살다보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 생길 수도 있고...

결혼이란 걸 하고 싶어 질수도 있는 일이니까...

너무 성급하게 단언 하지 말고 좀더 천천히 한번 생각해보자 했더니...

자신은 지금껏 충분히 생각했고...

무엇보다 자신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란 걸 스스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결혼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해 가면서...

남편,자식,시부모님을 위해서 온전히 자신을 내려놓을 자신이 없다 했다.

자신도 없는데 괜히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중간에 그만두느니...

그냥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자존감을 지키고 싶다고...

이런 요즘 아이들을 두고...

이기적이라 해야 하나 자존감이 높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냥 단순한 이기심 이라고 치부하기엔..

이 현실이 너무 무겁다.

 

스물다섯...

딱 지금 니 나이에 이 엄마는 네 오빠 낳았고...

다들 그렇게 사는건 줄 알고 열심히 살았다 했더니...

울 설이 절래절래 머리를 흔든다.

내 나이 스물 넷, 우리 엄마 나이 예순 넷...

그리고 엄마보다 아홉살 많으신 아버지 연세는 예순아홉...

마흔 늦둥이 막내 딸.....

살아생전 시집가는 모습 보자며 한탄과 푸념에 반 협박까지...

그렇게 나는 스물 넷에 결혼을 하였고...

스물 다섯 그 철없는 나이에 나는 아들을 낳았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어쨋든

스물 넷, 그 철없는 나이에 나는 결혼이란 걸 해서...

바로 아이둘을 낳아 멋 모르고 키웠고...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도 겪으면서 살아온 세월...

굳이 그 세월을 돌이켜 보지 않아도...

지금 내 딸에게 자신있게 선듯 결혼은 하는 거라고, 해야 한다고...

권할수만은 없다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렇다고 비혼을 완전 찬성하고 나서는 건 아니지만...

혼자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다.

 

내 나이때만 해도 결혼은 필수라 여기며...

나이가 차면 다들 의례히 결혼을 당연시 받아 들였고...

감히 비혼선언이니 뭐니 그런 말 자체가 가당치가 않았다.

어쩌다 혼기를 놓치거나 나이가 차서도 혼자 지내는 딸들은...

혼자 사는 내내 노처녀 라는 달갑지 않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고...

평생 집안 어른들에게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요즘, 생각이나 인식들도 많이 달라졌고....

또 현실이 현실이니 만큼...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며...

당차게 비혼선언을 하고 나서는 딸 아이를 보면서...

세대는 많이 다르지만...

나 역시 그 길을 걸어온 같은 여자로서,엄마로서...

찬성도 반대도 하지 못하는...

이중적이고도 모순적인 내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딸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만얀에..지금 내 나이가 스물다섯 이라면...

나 역시 너처럼 결혼 같은 건 하지 않고 우아하게 자존감을 지키며...

당당하게 내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을 테지만...

하지만 세상은 또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라서...

그러다 언제 또 무슨 일이 생겨 날지...

또 마음이란 것이 때론 종이장 보다 더 얇아서...

언제 또 어떻게 변덕을 부릴지...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우리...

아직까진 너무 단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열린 시각, 열린 마음,결말은 열린 결말,

그냥 좀 시간을 두고 열어 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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