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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Therapy/기억의 편린

Memory...

by Rain.. 2018. 7. 9.

 

 

 

추억이여 안녕한가...?



 

 

 

따가운 햇살,

땀이 쏟아지듯 기억이 쏟아졌다.

 

양산을 쓰고 손부채질을 하는 사람들...

그 구겨진 군상 틈에서... 

아무것도 잊지 못하는 나는...

오히려 뜨거움을 잊고 섰다...

 

그랬다

현실처럼 선명한 기억은...

현실일 수 없어 현실보다 뜨거웠다...

 

 

기억에 앓다 / 손락천

 

 

 

 

 

 

 

 

 

 

나에겐 엄마 같은 언니가 있다.

딸 챙기듯 이것저것 잘 챙겨줘서 엄마 같기도 하지만...

맏언니와 막내동생, 그 나이차도 스무살,

그래서 더 엄마 같은 우리 큰 언니...

사실 언니네 맏 아들과 나는 한살 차이로 같이 자랐다.

어렸을적 이 조카녀석...

그래도 꼬박꼬박 짝은이모 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 다녔던 기억에 괜히 혼자 웃어 본다.

그런 언니가 이젠 칠순을 지나 마치 그 옛날 엄마 같은 모습으로...

이것저것 신경써서 챙겨주는 모습에...

갑자기 울컥 엄마가 참 많이 보고 싶어진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살인적인 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한낮엔 감히 나갈 엄두 조차 내기 힘든 날씨에...

연락도 없이 문을 두드리며 찾아온 언니...

손수담근 된장에 이런저런 밑반찬들을 챙겨서는...

수레 장바구니 가득 끌고 왔다.

물론 워낙에 집순이라 거의 집에 붙박혀 있는 나 지만...

집에 없으면 어쩔려고 연락도 없이 이 더위에...

그 모습 조차 옛날 엄마들의 모습 그대로라...

왠지 더 정감이 간다.

 

그렇치 않아도 몇일전,

입맛이 하도 없어서 우렁이 강된장찌게를 끓여서...

엉잎 쌈을 싸먹으면서...

울 설이에게 콩잎쌈을 이야기 했었다.

이맘때 쯤 무더위에 밥맛도 없고 입맛이 달아났을 때...

멸치 한줌에 매운고추 잔뜩 썰어넣고...

바글바글 강된장찌게를 끓여 콩잎에 싸먹으면...

집나갔던 입맛도 돌아오곤 했다고...ㅎ

그런 이야기를 딸아이 한테 하면서...

이젠 나도, 입맛도, 나이를 속일수 없구나 했다.

 

그런 내 생각이...

텔레파시 처럼 언니에게 가 닿았는지...

아니면 언니도 나 처럼...

맛도 없고 옛날 생각이 났던 것인지...

콩잎김치와 된장을 가져다 줘서... 

같이 공유하고 있는 옛날 이야기며,

엄마 이야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맛있게 밥 한공기를 비웠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렇듯...

입맛도 추억을 먹고 싶어 하나보다.

멸치 국물에 된장 풀어서 담백하게 끓여주던...

엄마표 시래기국이,

비오는 날이면 자주 끓여 먹던 콩나물 국밥이...

그리고 강된장찌게만 봐도 떠오르는 콩잎 김치가...

그때는 분명 맛 없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어느날 문득 불현듯 생각이 나면서...

그 음식들과 연관된 그때 그 추억들이...

우르르 한꺼번에 소환되기도 한다.

 

그리고 기억은 이렇게...

같은듯 서로 다르게 각색되어...

저마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저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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