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가 했다
꽃을 모르고 불을 모르고...
한 점 바람에도 요동치는 마음에...
삶은 흔들리는 들꽃이며 들불인가 했다...
꽃은 삶과 달라...
지기 전까지 흔들려도 제 빛에 환하였는데...
불도 삶과 달라...
재가 되기 전까지는 한 점 불티에도 뜨거웠는데...
Good Afternoon - 소울라이츠
신통방통 참으로 놀랍기도 하여라...
절기가 무섭긴 무섭네.
태풍도 비켜갈 만큼 홀로 장대하게...
매섭게 쏘아붙이던 햇살과 무더위 아니었던가...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이 여름도...
입추를 거쳐 말복을 지나 한두차례 비를 뿌려놓더니...
잠시 주춤거린다.
그 바람에 몇일밤을 선풍기 바람 없이도 잠이 들었고...
새벽녁이면 나도 모르게 이불 자락을 목전까지 끌어 덮게 되었다.
7월 한달을 그렇게 죽어라고 덤벼들던 폭염이...
그 며칠사이에 갑자기 날아든 이 가을가을해진 느낌이...
아직은 무척이나 낯설다.
이제 두어달 지나면...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바람은...
산발한 듯 풀어헤친 무성했던 나뭇잎들도...
아래로 떨구어 내고...
빈 나뭇가지 사이 사이 바람으로 채울 것이다.
그렇게 가을은...
바람이 되어 조금씩, 조금씩 여름을 걷어내고...
그 자리를 바람의 속도로 채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