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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Therapy/remember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by Rain.. 2018. 9. 12.

 

 

 

 

이 세상 살아 있는 생물들은

모두 온 힘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다.

 

 

후지와라 신야 <인생의 낮잠>中

 

 

 

 

 

 

 

고양이는 다 귀여워~

아깽이도 귀엽고, 뚱냥이도 귀엽고,

노랑이도 귀엽고, 길에서 만나는 아무 고양이나 다 귀엽다.

짧은 인생, 오래오래 이 귀여움을 누리고 싶다.

 

 

이 용한《당신에게 고양이》중에서...

 

 

 

 

 

 

 

고양이왈츠 - 심규선(Lucia)

 

 

 

 

 

 

 

 

 

 

 

 

고양이를 키우기전 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 까지 고양이에게 빠질줄은 몰랐다.

물론 그전에는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솔직히 좋아하지도 않았다.

고백 하건데 예전에 주택에 살땐가...

어쩌다 골목길에서 쓰레기 봉투를 뒤지고 있는 녀석들을 만나게 되면...

왠지 까닭도 없이 위협적인 포즈를 취하며 쫓아 버린적도 있고...

옆집 담벼락 낮은 지붕위에 쪼로록 앉아 해바라기를 하다가... 

시도때도 없이 우다다를 하며 쫓아 다니는 녀석들에게...

냅다 소리를 지른적도 몇번 있었다.

그랬던 내가,,어쩌다 육묘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러기를 7년차 이젠 완전 애묘인이 되어 버렸다.

 

일 마친 새벽 지친 몸을 이끌고... 

아파트 입구 현관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희미하지만 분명 날카로운... 

비명에 가까운 아깽이 울음 소리가 들려 왔다.

순간, 현관 비번을 누르던 손을 멈추고...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가 보았더니...

아파트내 자전거 보관소 옆 담벼락에 이제 겨우 걸을마를 시작 한듯한...

아주 작은 뽀시래기 하나가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며... 

내 키보다 훌쩍 높은 담벼락을 기어 오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춰가며 조심스레 살펴보니...

담벼락 위쪽에 어미라고 하기에는 아직 너무 앳띤 얼굴을 한... 

어미 고양이 한마리와 형제인듯한 작은 아깽이 한마리가...

어찌 할줄을 몰라 애처로운 소리를 내며 내려다 보고 있었다.

 

짐작컨데, 우리 아파트와 옆 아파트 그 사이 담벼락에... 

새끼를 데리고 은신처를 삼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아깽이 하나가 우리 아파트 쪽으로 떨어져 내린것 같았다.

그런데 그 높이가 내 키보다 조금 더 높은 상태라...

그 작은 아깽이 한테는 아마도 천길 낭떠러지 보다 더 아득 하였으리라.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어미도 어찌할바를 몰라... 

서로를 애타게 바라보면서 그렇게 울어 댔던것 같았다.

 

상황파악이 끝나고 보니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그 작은 녀석을 어떻게든 어미품에 안겨줘야 할것 같은데...

섯불리 손을 댓다가는 나의 냄새가 아깽이 몸에 닿으면...

어미가 또 어떤 행동을 보일지 몰라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새벽에 달리 요청할데도 없고 방법이 없었기에...

손을 뻗어 그 작은 녀석을 잡으려 하자...

그 쬐끄만한 녀석이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손살같이 내 손을 피해 차 밑으로 숨어 버렸다.

많이 놀라고 힘들고 지쳤을 녀석이 걱정이 되기도 했고...

또 무사히 어미품에 돌려보낼 수 있을지도 염려스러웠다.


후레쉬도 끄고 조용히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저도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경계를 풀고 살그머니 기어 나왔다.

그 틈을 놓칠새라 조심스레 손을 뻗어 얼른 잡았더니...

처음엔 당황해서 가만히 있다가 조금 지나자 정신을 차렸는지...

귀엽고 깜찍한 하악질에 발길질을 해대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육묘 7년차인 나에게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녀석, 한 승질머리 하네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그렇게 작은 새깽이를 품에 안아 보는게 얼마만인지...

새삼 그 느낌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순간 우리집에 데려고 갈까....

데려가면 우리집 두 냥아치 녀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면서 새깽이 얼굴을 들여다 보니... 

그 조그만한 얼굴에 눈물 범벅이 되어 있고...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 안스러워 차마 그러질 못하겠고... 

빨리 엄마한테 돌려줘야 할것만 같았다.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서도...

귀여운 하악질에 깜찍한 발길질을 해대는... 

녀석의 당참을 기특해 하며...

"엄마한테 가자.." 가만히 꼬~옥 안아줬다.

 

혹시나 싶어서 처음 어미와 형제 아깽이가 있던 자리에... 

다시 한번 손전등을 비춰보니...

어미는 새끼를 구할 방법을 찾으러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호기심이 강한 새깽이만 고개를 쏘옥 빼고 쳐다 보다가... 

또 몸을 숨겼다가 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아직 그 자리에 있어서...

혹시나 떨어진 새끼를 포기하고 남은 새끼라도 보호하기 위해서...

그 사이 자리를 옮겨 버렸으면 어쩌나 싶었다.

 

담벼락이 꽤 높은 편이라 까치발을 하고서도...

조금은 던지듯이 녀석을 올려 주고는... 

이제 굴러 떨어 지지도 말고 어미와 떨어지지도 말고...

오래 오래 잘 살아 남아야 한다...

혼자 작은 소리로 당부의 말을 하면서도... 

이 험한 길 위에서 그들의 고단한 삶을 알기에...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아... 

한참을 그곳에서 서성이다 집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1시간을 넘게 혼자서 아깽이 구출 작전을 펼치다가...

집으로 들어오니 울집 냥냥이 두 녀석은... 

천지를 모르고 천하태평으로 뒹굴 거리다가...

내가 들어서니 부비부비 비비적 대며 조아라 반긴다.

그런 녀석들을 번갈아 쓰다듬으면서...

지금 밖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너희들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다 했다..

 

지금까진 그래도 춥지 않아서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인데...

앞으로 점점 밤이 길어지고 추워지기 시작하면...

험한 길 위의 삶은 더욱더 고단하고 팍팍 해질텐데 싶어지니...

새벽녁 그 작은 새깽이가 자꾸만 눈에 밟혀 와...

혹시라도 모습이 보일까 싶어서...

오늘 하루 몇번씩 베란다 문을 열고는... 

기를 쓰고 기어 오르려 울어 대던 그 담벼락을...

자꾸만 눈으로 더듬게 된다.

녀석들 잘 살아야 할텐데...

새끼 잃어버리지 않게 잘 지키고...

다가올 이겨울 잘 견뎌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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