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 감정들을 확인시켜준다...
몇몇 사랑은 비를 견뎌내지 못한다...
굳게 채색되지 못한 그 색깔들이 빗물에 씻겨 바래버렸다...
비는 붉은 빛을 받아
삶의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사진 현상액처럼 작용한다...
그것은 감정의 결정 작용을 완성한다...
가끔 비는 나를 대상없는 사랑에 빠져들게 한다...
어느 날 관자놀이를 쳐대는 피..콩닥거리는 가슴...
한 친구에게 내 열정을 털어놓았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내 마음을 송두리채 앗아간 사람이 도데체 누구냐고...
나는 아직 누군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었다..
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말다툼도..질투도 없는..또한 입맞움도 교감도 없는
사랑이야기가 한동안 이어진다...
하지만 그 짝없는 사랑은 머지않아 실현된다..
비는 전조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예보를 무색하게 만들며 느닷없이...
마르탱 파주《비》중에서...
눈이었으면 했는데 비다.
늘 겨울이면 입버릇처럼 말하기를 눈 보다는 차라리 비..라고 했었는데...
내심 오늘은 은근히 눈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뉴스에선 서울중부 지방엔 예상 적설량보다
더 많은 눈이 폭설로 이어져 교통이 마비가 되었다느니...
퇴근시간 지하철이며 대중 교통들이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는니..
하는 이야기들이 연신 흘러나온다.
그런 테레비를 멍~하니 바라보는 내 눈엔
마치 먼나라 이야기처럼 아득하기만 한데...
이밤..이곳에도 간간히 옅은 눈발이 성성하게 흩날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창밖엔 겨울비만 차갑다...
그렇기에 난..
아직 나에게만 내리지 않은 첫눈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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