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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herapy/시선과 감성...229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모습 / 오 규원 가을시선 - 이소라 2016. 9. 21.
꽃 지고 나면... 꽃 지고 나면 그 후는 그늘이 꽃이다... 마이크도 없이 핏대 세워 열창했던 봄날도 가고... 그 앵콜 없는 봄날 따라 꽃 지고 나면... 저 나무의 18번은 이제 그늘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가... 한 시절 목청 터져라 불러재꼈던 흘러간 노래처럼... 꽃 지고 난 그 후 술 취한 듯 바람 등진 채... 비틀거리며 휘청거리며 부르는 저 뜨거운 나무의 절창... 그래서 저 그늘 한평생 나무를 떠나지 못하는 거다. 그늘만큼 꼭 그 젖은 얼룩만큼 나무는 푸르른 거다. 설령 사랑도 꽃도... 한 점 그늘 없이 피었다 그늘 없이 진다 해도... 누군가 들었다 떠난 퀭한 자리마다. 핑그르 눈물처럼 차오르는 그늘... 꽃 지고 난 그 후는 모든 그늘이 꽃이다. 마스카라 시커멓게 번진 검은 눈물꽃이다. 박 이화.. 2016. 9. 14.
하루... 아침이 이슬에 목축일 때... 눈을 뜨며 살아있음을 의식한다... 안식을 위하여 접어두었던 옷들을 입고... 하루만을 위한 화장을 한다. 하루가 분주한 사람들과... 목마른 사람들 틈에서 시작되어 가고... 늘 서두르다 보면 잊어버린 메모처럼... 적어 내리지 못한 채 넘어간다. 아침은 기뻐하는 사람들과... 슬퍼하는 사람들 속에서 저녁으로 바뀌어가고... 이른 아침 문을 열고 나서면서도... 돌아올 시간을 들여다본다. 하루가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이 너무도 짧다... 용혜원 / 하루... C'est La Vie - Chyi Yu 2016. 8. 9.
8월... 빌어먹을 낭만이여... 한잔의 술이, 한잔의 하늘이 되는 줄을 나는 몰랐다.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어리석다... 사랑은 바다에 가도 만날 수 없고... 거리를 방황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고개를 돌리면... 아우성치며 달려드는 시간의 발굽소리...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흐린 날에는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2016. 8. 2.
저 묵직한 고요... 하루가 남기고 간 어둠... 생의 입자를 물고 흔들리든 것이 가라앉아 이룬 저 묵직한 고요... 가라앉는다는 것은... 이토록 고요하고 이슥할 때 이루어진다. 시간이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선명하게 갈라놓고 난 후에... 비로소 바닥에 닿는 것이다. 쇳물의 붉은 혼이 쏟아질 만큼... 아프게 떨며 소리를 멀리 보낸 종(鐘)일수록... 제 몸 가라앉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너도 저녁이 오고 한참 뒤에야 가라앉았다. 저녁의 등뼈를 짚고... 쏙독새가 기억의 늑골 근처에 와서 울어도... 꽃잎 몇 장 떨어져 어둠에 포개졌을 뿐... 이미 쏟아내고 없는 격렬의 시절... 그 아래 굳어 버린 너를 무엇으로도 흔들지 못한다. 바닥에 압화가 되고 있는 꽃잎이... 모든 윤곽을 지우며 낮게 번지는 이 저녁이... 2016. 7. 30.
침묵이 밤을 닫는다... 가진 것을 스스로 놓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더냐... 아픈 풍경에 눈을 지우고 사물을 지우고... 기억, 그리고 이름조차 버리면... 진정 얽매이지 않을 자유가 기다리는지... 그것이 여전히 한줄기 빛이라면 선은 한없이 뻗어 간다. 물이 먼지처럼 떠오른다..침묵이 밤을 닫는다. 난 사라지지 않으려 / 흔적(Heunjeok) 2016. 7. 27.
작은 얼룩 하나 빛난다... 깜박이는 눈꺼풀 사이에서 작은 얼룩 하나 빛난다... 밤은 비어 있고 덧문들이 먼지 속에 열린다... 들어오는 것은 햇살 아니면 너의 두 눈을 울게 하는 어떤 추억... 벽의 풍경-감춰진 지평선-흐트러진 너의 기억과... 그들에게 더욱 가까이 있는 하늘... 솟아나는 머리들, 구름들과 나무들과... 빛에 상처 입은 손들이 있다... 그 뒤 이 모든 형태들을 어둠 속에 감싸는 것은... 바로 내려지는 커튼... 삐에르 르베르디《언제나 무엇인가 남아 있다》중에서... Midnight Blue - Electric Light Orchestra 2016. 7. 27.
그림자... 머리 속에 걱정 나무를 키우면 그 그늘 밑에선 행복도 불행이 된다. 깨달음의 칼로 자르고 베어내면 걱정은 그저... 내일의 그림자 일 뿐... 우리네 삶에서 걱정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 하지만 걱정해서 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머리 속에 걱정 나무 대신 지혜의 꽃 한 송이 키우면 어떨까... 꽃은 세월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이 꽃 피울 날을 기다릴 줄 아는 존재 이니까... MINHA RÁDIO: ROMANTIC INSTRUMENTAL 2016. 7. 26.
비움과 채움... 이룬것도 얻은 것도 없어라... 채울수록 더 깊어지는 마음 구멍... 있어도 없는,없어도 있는 허공처럼... 허무란 비움으로 꽉 찬 거라네.... 꽃이 핀다고 좋아 할 것도 없고... 꽃이 진다고 슬퍼 할 것도 없다... 칼 바람 겨울이 길어도 봄은 오고... 여름이 아무리 뜨거워도 가을이 오듯이...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때가 되면 빈 손에 쥘 것이 생기고... 때가 되면 잡은 것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비울 줄 알아야 채울 줄도 아는 것이기에... Ralf Bach(랄프 바흐) 연주 12곡 2016.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