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herapy899 내 가슴 빈터에... 네 망설임이 먼 강물소리처럼 건네왔다. 네 참음도 네가 겸손하게 삶의 번잡함 쪽으로 돌아서서... 모르는 체하는 그리움도... 가을바람 불고 석양녘 천사들이 네 이마에... 가만히 올려놓고 가는 투명한 오렌지빛 그림자도... 그 그림자를 슬프게 고개 숙이고... 뒤돌아서서 만져보는 네 쓸쓸한 뒷모습도... 밤새 네 방 창가에 내 방 창가에 내리는... 내리는, 차갑고 투명한 비도... 내가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한번, 내 이름으로 너는 늘 그렇게 내게 있다 세계의 끝에서 서성이는 아득히 미처 다 마치지 못한 말로... 네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쓴다. 내 가슴 빈터에 세계가 기웃, 들여다보고 제 갈 길로 가는 작은, 후미진 구석... 그곳에서 기다림을 완성하려고 지금, 여기에서 .. 2015. 11. 25. 바람소리 더 잘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바람이 분다... 살아 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날아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 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 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지나간다 / 천양희 Paradox - Enigma 2015. 11. 21.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내가 조용히 바라보았던 것은... 잎 진 실가지 그물 틈새로 나무의자 위에 떨어지는... 여윈 햇살 부스러기가 아니라... 비어있는 나무 의자보다 철저한 나의 기다림이었다.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녹슨 가시철조망 안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물겨운 노을 아, 바깥...기다림은 어디서나 길다. 추억은 한 발자국 늦게 도착하거나,끝내 도착하지 않는다. 가시 철조망 안에서 추억은 가슴저리게 그리운... 과거에 대한 아늑한 도취가 아니다 추억은 고문이다. 암록색 천막 건물 앞 외로운 후박나무에 기대어... 길이만 있고 부피가 없는 선분의 잔인한 성격을 생각한다. 아, 부피가 없는 선분의 이쪽과 저쪽...! 허 만하 /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이 성우 - 나홀로 2015. 11. 20. 남아있는 흔적으로 물결무늬를 키우고... 그대 쓸쓸함은 그대 강변에 가서 꽃잎 띄워라... 내 쓸쓸함은 내 강변에 가서 꽃잎 띄우마... 그 꽃잎 얹은 물살들 어디쯤에선가 만나... 주황빛 저녁 강변을 날마다 손잡고 걷겠으나... 생은 또 다른 강변과 서걱이는 갈대를 키워... 끝내 사람으로는 다 하지 못하는 것 있으리라... 그리하여 쓸쓸함은 사람보다 더 깊고 오랜 무엇... 햇빛이나 바위며 물안개의 세월, 인간을 넘는 풍경... 그러자 그 변치 않음에 기대어... 무슨 일이든 닥쳐도 좋았다... 쓸쓸함에 대하여 - 비망록 김경미 Your Heart Is As Black As Night - Beth Hart & Joe Bonamassa 2015. 11. 19. 바람의 언어는... 이 정거장에는 푯말과 이정표가 없고... 레일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저 바람의 뒤를 따를 뿐 뒤를 따랐던 흔적일 뿐이다... 이 정거장에서 바람은 사방에서 팔방으로 분다. 세상의 모든 방향에 눈길을 두면... 결국 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떠나든 도착하든 이 정거장은... 영원인지 잠시인지 머문 바람의 다른 이름이다. 이름이란 일체의 수식을 무정차 통과시킨 앙금 아닌가... 문장과 구절과 행간과 행간의 여백마저 여백의 침묵조차... 스르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보낸 뒤... 겨우 남은 지시어나 구구점 같은 것... 그나마 문지르면 깨끗이 지워질 거다. 그러니 눈으로 보려하지 말고 귀를 기우려라... 바람의 언어는 고요인가 소요인가... 이 정거장은 지금 종착이자 시발이.. 2015. 11. 18. 내 속에는 나무가 살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바람을 품어야 닿을 수 있을까... 몸 열어 가지 키우는 나무, 그 나뭇가지 부러진 곳에 빛의 파문이 일고 말았다. 둥근 기억의 무늬가 새겨지고 말았다. 기억을 지우는 일은 어렵고 어려운 일이어서 끌고 가야만 하는 것 옹이 진 자리... 남아있는 흔적으로 물결무늬를 키우고... 온몸이 흔들리도록 가지 내밀어 제 몸에 물결무늬를 새겨 넣는... 나무의 심장을 뚫고 빛이 들어간다. 가지가 뻗어나갔던 옹이가 있었던 자리의 무늬는... 지나간 시간이 축적되어있는 나무의 유적이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무늬의 틈새로 가지가 터진다. 잎 터진다, 꽃 터진다, 제 속에 유적을 품은 저 나무가 뜨겁다. 나무가 빚어내는 그늘에 들어앉은 후... 나는 비로소 고요해졌다... 나.. 2015. 11. 17. 마지막 가을이 울고 있습니다... 바람의 휘몰이에 어깨 위로 머리 위로... 은행잎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슬픔의 절정에 선 어느 슬픔보다 더욱 확고한 슬픔들이... 겨울의 곁가지에 걸려 흐느낍니다... 마지막 가을 그 아름다운 낙엽이.. 절정의 포지션으로 울고 있습니다. 겁나게 쓰립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묻지 마십시오 왜 우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삶의 등피가 벌게지도록 친 밤들은 또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실존은 언젠간 이렇게 비루하고 거친 내리막... 심약한 줄기에 대롱거리기도 하는 일입니다. 이제 더 바랄 무엇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예각을 곧추세운 바람 찬 거리... 이별을 부추기는 아쉬움의 페이지에... 마지막 잎새들이 휘~잉잉 울고 있습니다... 휩쓸리는 나뭇잎들이 골목과 길을 매우고... 겨울의 초입에서 샛.. 2015. 11. 16. 레테의 강... 레테의 강은 망각의 강이다... 잊어버린 강이 아니라 잃어버린 강이다... 시간의 길을 간다... 잃어버린 상실의 길을 간다... 기억 상실은 자기를 잃어버린 길이다... 기억의 죽음... 레테의 시간이다... 진동선《그대와 걷고 싶은 길》중에서... Karunesh-Caravanserai 2015. 11. 15. 그러지 않아도 가을은 끝나는 것을... 여기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가을비라고 하기에는 흐느낌 소리가 너무 격렬합니다. 이 비가 그치면 이내 가을이 문을 닫겠지요. 아침 저녁으로 날씨는 더욱 쌀쌀해지고... 떠나간 것들에 대한 기억들이...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되살아 나서... 무시로 제 의식을 아리게 만들겠지요. 누군들 후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나요... 세상만사 그러려니 하고 살면 그만인 것을... 때로는 집착하고 슬퍼하고 분노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비는 내리고... 그러지 않아도 가을은 끝나는 것을... 그러지 않아도 가을은 끝나는 것을 / 이외수 Vlado Georgiev - Zena bez imena 2015. 11. 14.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햇빛과 맑은 공기를 버무리던 손...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들숨과 날숨의... 부질없는 기억의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슬픔이 감추고 있는 바람, 상처, 꽃의 전생... 그 무수한 흔들림으로부터 떨어지는... 허공을 밟고 내려오는 발자국은... 세상의 어느 곳에선가 발효되어 갈 것이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 슬픔은 없다... 오직 고통과 회한으로 얼룩지는 시간이 외로울 뿐... 슬픔은 술이 되기 위하여 오래 직립한다... 뿌리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취기가 없다면... 나무는 온전히 이 세상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나무의 눈물이 아니다... 너는 우화를 꿈꾼 .. 2015. 11. 13. 거미줄에 걸린 가을... 시간은 흐르고 삶은 변하지만... 추억은 그 시간 그 공간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나는 추억을 붙들려 헤매고 있었다. 어리석음,,부질없음,,쓸쓸함... 시간은 흐르고 꽃은 시든다... 추억은 정말로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추억도 시드는가...? 조 병준《길에서 만나다》중에서... A Matter Of Time - Lysdal 2015. 11. 8. 흐르는 강물처럼... 그립다는 건... 흐르는 강물과도 같은 것... 떠밀려 내려가면서도... 돌아볼 수 있는 그곳에 만족하며...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만 가는 것... Karunesh - Follow your heart 2015. 11. 5.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