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지 마...
흔들지 마, 사랑이라면 이젠 신물이 넘어 오려 한다. 내 잔가지들을 흔들지 마. 더 이상 흔들리며 부들부들 떨다 치를 떠느니, 이젠 차라리 거꾸로 뿌리 뽑혀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프라하 에서 한 집시 여자가, 운명이야, 라고 말했었다. 운명 따윈 난 싫어, 라고 나는 속으로 말했었다. 아름다움이 빤빤하게 판치는 프라하, 그러나 그 뒤편 숨겨진 검은 마술의 뒷골목에서 자기 몸보다 더 큰 누렁개를 옆에 끼고 땅바닥에 앉아 그녀는 내 손바닥을 읽었다. 나는 더 이상 읽히고 싶지 않다. 나는 더 이상 씌어진 대로 읽히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운명이라 말하지 마, 흔들지 마. 네 바람의 수작을 잘 알아, 두 번 속진 않아. 새해, 한겨울, 바깥바람도 내 마음만큼 차갑진 않다. 내 차가운 내부보다 더 차가운 냉..
2015.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