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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Therapy/쓸쓸한 조도314

삶의 부재 어쩌면 삶이란 꿈 따윈 없이 사는 것이 아닐까. 사는 것 자체에 빛지는 삶…… 나날이 조금씩 갚아가는 부채의 탕감에 기대어 사는 삶. 나는 집 밖에서, 세상에 없는 것을 헛되이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2019. 8. 23.
침묵의 무게 가만히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침묵은 점점 더 쉬워졌다.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 자신의 내면 탐구에 깊숙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게 무의미해 보였다. 외로웠지만 동시에 자신감이 느껴졌고 전보다 훨씬 더 강한 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19. 8. 20.
기억의 왜곡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에서 가장 공감 가는 가사가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아닐까? 사람이든 시간이든 과거에 대한 추억이 개개인 마다 다르게 적히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리워하고 누군가는 왜곡시키고, 누군가는 무의식에 조차 남기지 않을 것이고, 그것은 또다른 추억을 양산해낸다. 2019. 8. 17.
사유의 깊이 오랫동안 모든 것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 했었다. 이젠 삶에 대해 좀 덤덤해지고 싶다. 새로운 것과 사라지는 것 사이에서 잠시 머무는 것들... 그것에 다정해지고 싶다. 민감하기 보다는 사려 깊게, 좀 더 특별하고도 편안하게.... 그래서 내면의 미소를 잃지 않는 균형감각과 타자의 가치에 휘둘리지 않는 해방된 힘을 갖고 싶다. 2019. 8. 13.
비극적인 이중 도주 누군가 나에 대해서 자기식대로 규정하면.. 나는 포획된 이미지처럼 꼼짝없이 그런 사람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내면을 설명할 도리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나'나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나란 존재의 경계는 얼려버리고... 자신이라고 믿는 것이 점점 더 허구가 되어버린다. 단지 '너' 가 아니기 때문에 '나' 인것만 같은 세계와 타인 사이의 경계막, .......혼자 있을 곳을 찾아 헤매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비극적인 이중 도주.... 그러니 나에 대해 스스로도 규정할 수 없다. 2019. 8. 10.
하루치의 고독 모르겠어.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 다만 그곳으로 조금씩 나를 밀면서 가고 있는 기분…… 잘못 갈지도 모르고 못 만날지도 모르지…… 정말 그리울 뿐, 무엇인지 모르겠어.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다만 사는 것 외에는 무엇도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 비슷한 일상속에서 가장 힘들게 다가오는 건... 어쩌면 삶의 지루함보다도 외로움일지도 모르겠다. 2019. 8. 6.
悲夢 아침이면 늘 같은 자리에서 눈을 떴지만, 모든 방은 섬으로 떠 가는 뗏목같아서 나는 밤새 물위에서 처럼 노를 저었다. 말하자면 나는 아직 알 속에서 살고 있는 듯 이 세계에 대해 막연하고 어슴푸레하게... 하나의 추상으로서 둥둥 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이마를 딛고 지나간 몇개의 젖은 언어가 비온 뒷날의 꽃잎처럼 가장 자리가 찢긴채 베갯머리에 흩어져 있었다... 2019. 8. 3.
현실의 늪 살아지지가 않아요. 정말 살아지지가 않아서 그래요.....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으니 내가 전원을 꽂고 살아 주는 가전제품 같기만 해요. 세탁기처럼, 냉장고처럼... 우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개미처럼 끊임없이 삶의 틀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삶은 어디로 빠져나가 버리고 껍질만 이렇게 수북할까..... 한 방 가득 눈물겨운 양파를 까 놓고 집에는 없는 삶을 찾아서 집 밖으로 나가 보지만..삶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2019. 7. 30.
쓸쓸한 기시감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버렸을까... 그리고 다가오는 풍경들은 이전에 본 온갖 영화의 잘린 필름 조각들을 두서없이 이어 붙인 것처럼 어디선가, 언젠가 본 것 같은 놀랄것 없는 풍경들... 이 다정하고 쓸쓸한 기시감. 2019. 7. 29.
존재의 이유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분명한 메세지를 가지고 탄생한다. 아직 젊었을 때, 삶에 빚진 것도 없고 발 묶인 데도 없이 사는 일이 뜨악하고 시들했을 때에 나는 늘 궁금했었다. 왜 태어났을까..? 내가 모를 나는, 왜 이렇게도 엄청난 일에 동의했을까..? 2019. 7. 22.
슬픔의 악보 하늘과 방 사이로 빗줄기는 슬픔의 악보를 옮긴다. 외로이 울고 있는 커피잔, 無爲를 마시고 있는 꽃 두 송이 누가 내 머릿속에서 오래 멈춰 있던 현을 고르고 있다... Lament- Adam Hurst 2019. 7. 20.
간절함의 침묵 빈다는 것은 무엇을 빌어서 이루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태도이며 이미 완결된 행위가 아닐까... 기원하는 사람은 침묵 속에서 매일의 사소하지만 또 너무나 간절한 것들을 이미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지금 빌라고 하면 나는 침묵의 끝에 단지 간절함을 빌 것이다. 무료하거나 무의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냉소적이거나 불성실하거나 지치거나 오만하거나 권태에 빠지지 않고 매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살게 해 달라고.... Gayatri Mantra 2019.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