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motion Therapy/쓸쓸한 조도314

현실 자각 로그아웃 하고 컴퓨터를 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혹한 현실이다.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막막한 일상이다. 이제 내 인생에는 끝없는 사막만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2019. 10. 16.
타협과 단념 이제는 진실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견딜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동안 차례차례 오는 타협과 단념과 평화가 진실일지도 모른다 도면위의 납작한 진실이 아니라, 삶이라는 입방체의 진실이란 균열을 안고 가는 안간힘이라고.... 2019. 10. 15.
감정의 통제 나는 삶이 결코, 눈에 보이는 바깥의 현실과 계산이 되는 수치와 손에 잡히는 현상들로 이루어지는 것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 타인들의 의도와 감정의 작용들, 우리를 스쳐 가는 생각과 느낌, 간밤의 꿈과 기분, 혹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영감, 흐릿한 계획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의 급격한 흐름들, 한 치 앞도 감지할 수 없는 미망과 원초적인 힘과 자신을 통제하려는 안간힘이 우리의 삶을 움직인다고 믿는다. 2019. 10. 11.
기억의 불협화음 스무 살이든, 마흔 살이든, 일흔 살이든, 그것은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지점인 것 같다. 떨림과 어긋남과 차이...... 그 속에서 우리의 생은 LP판 속의 가수처럼 노래한다. 정밀한 트랙 위에 금을 그으며 실제로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봉인된 지도 같은 손금속에서 스스로를 감거나 푸는 것이다. 서서히, 혹은 갑작스럽게..정신적으로 신경증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낡아가며, 시간과 기억의 불협화음과... 망각과 실종의 허방 사이에서 간혹 날카로운 스크래치를 일으키며.... 그러니 삶이란 우리를 어느 다른 곳으로 데려 가는 것이 아니라, 퇴적층의 무늬를 만들며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운반하는 것이 아닐까.... 2019. 10. 3.
비의 몸살 저녁 무렵에는 늙은 비가 내렸다 가로등 불빛이 침침해졌다 꽃잎의 불을 꺼버린 해바라기는 벽 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비가 지나고 난 뒤 체온이 낮아진 방에 필요한 건 혼잣말을 덮어줄 담요 한 장, 새가 벌어지기 시작한 창틀과 부쩍 잔기침이 늘어난 창문과 함께 웅크려 누워 있으면 지나간 비는 허리가 아팠다... 2019. 10. 2.
가을중독 내 뿔로 날 받으며 살아온 세월, 돌아보면 후회도 깊고 화도 솟치어 미뤄온 울음에 목이 메이지만 바람은 지긋이 불고 나뭇잎 아르르 지니 햇살 드러눕는 자락자락 서러운 가을 빛이다... 서럽다 가을............... 2019. 10. 1.
고립과의 안부 아직 무사합니다. 그처럼 많이 헤매고 괴로워하고 많은 눈물을 흘리고 그처럼 들끊었고 넘어지고 다치고 피를 흘렸지만...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 2019. 9. 30.
회복 불능 살아지지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캄캄한 내부로부터 삶불능 이라는 붉은 경고서를 받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울고 싶지도 않고 웃고 싶지도 않은 시기가 지나자, 뭔가를 한다해도 느낄 수 없는 시기가 왔다. 무엇을 하더라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이 병든 곰처럼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어떤 삶이든 마음을 다해 사는 삶이었다. 2019. 9. 29.
감정과 생각의 균형 추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시기다. 한쪽이 차오르면 다른 한쪽은 가라앉는 게 자연의 순리다. 이제 여름은 가을에 자리를 내어줄 것이고, 가을의 표정은 낮보다 밤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나는 '기울다' 라는 동사가 참 마음에 든다. 감정과 생각이 균형을 잃고 어느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낮아지거나 비뚤어질 때, '기울어졌다' 라는 말을 우린 즐겨 사용한다. 2019. 9. 24.
정체된 시간 누가 시간을 흐른다고 비유했을까. 흐르는건 바람일 뿐이다. 삶이란 고인 시간 속에서 단지 이쪽 기슭에서 떠나 저쪽 기슭에 닿으려 하는 그런 하릴없는 몸부림이 아닐까. 한치도 더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게 제 속에서 고여있는 고인물처럼 이리 저리 흔들리는 것이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삶도 조금은 평화로워진다. 바람이 물풀들을 모았다가 가르는 좁은 길처럼, 그뿐인 것처럼................ 2019. 9. 24.
흐름의 방향성 어쩌면...꿈 같은 건 애초에 부질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린 처음부터 세상을 허용받지 못한 존재이고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는 존재로 재단되었는지도, 나무들처럼 숲처럼 그저 바람이 불 때 흔들리는 것으로 충분한지도... 2019. 9. 19.
꿈꾸는 우울 망각이란 푹푹 내리는 눈처럼 지나간 수고를 지워지는 법인데, 망각이 없는 사람은 다시 사랑을 할 수 없다. 슬픔은 감정이지만 우울은 몸이다. 우울한 눈,우울한 척추, 우울한 대퇴골...... 정작 오래된 우울에는 슬픔이 없다. 마른 우물이 그렇듯, 감정이 휘발되고 바래고 건조해져서 차라리 평온하다. 2019.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