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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herapy899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햇빛과 그늘 사이로 오늘 하루도 지나왔다. 일찍 저무는 날일수록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손 헤어도 별은 내려오지 않고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나무들만 내 곁에 서 있다. 바람 부는 날은 내 하루도 숨 가빠 꿈 혼자 나부끼는 이 쓸쓸함... 풀뿌리가 다칠까 봐 흙도 골라 딛는 이 고요함... 어느 날 내 눈물 따뜻해지는 날 오면 나는 내 일생 써 온 말씨로 편지를 쓰고 이름 부르면 어디든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릴 사람 만나러 가리라... 써도 써도 미진한 시처럼 가도 가도 닿지 못한 햇볕같은 그리움... 풀잎만이 꿈의 빛깔임을 깨닫는 저녁... 산그늘에 고요히 마음 베인다... 이 기철《가혹하게 그리운 이름》중에서...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ENTSU - BEST HITS OF THE.. 2015. 4. 20.
생은 피우는 만큼 붉게 핀다고... 사랑하는 시간만 생이 아니다. 고뇌하고 분노하는 시간도 끓는 생이다. 기다림만이 제몫인 집들은 서 있고... 뜨락에는 주인의 마음만한 꽃들이 뾰루지처럼 붉게 핀다. 햇빛이 우리의 마음을 배춧잎처럼 비출 때... 사람들은 푸른 벌레처럼 지붕아래서 잠 깬다. 아무리 작게 산 사람의 일생이라도... 한 줄로 요약되는 삶은 없다. 그걸 아는 물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흘러간다. 반딧불만한 꿈들이 문패 아래서 잠드는 내일이면 이 세상에 주소가 없을 사람들 너무 큰 희망은 슬픔이 된다. 못 만난 내일이 등뒤에서 또 어깨를 툭 친다. 생은 결코 수사가 아니다... 고통도 번뇌도 힘껏 껴안는 것이 생이다. 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 생은 피우는 만큼 붉게 핀다고... 이 기철 / 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2015. 4. 20.
더러 우리는... 더러 우리는 갈색이 된 희망도 가지고 산다. 마음의 끝에 세월이 명멸하는 시간에는 흐린 글씨의 편지를 읽고, 찢고... 기억 바깥에 세워 둔 다리 아픈 슬픔도 더운 방으로 불러들인다. 지나간 시간들이 돌아와 두드리는 내 아픈 기억과... 때로 숯불처럼 달구어진 언어를 차갑게 읽을 줄도 안다. 가슴 속은 얼마나 오랫동안 비어 있었나 빈 독을 울리는 음향처럼, 오늘은 정신의 채워지지 않은 곳간에 바람 불고... 정오엔 생기 잃은 지붕 위에 누굴 기다려 깃발 하나 꽂아 놓는다. 멀리 나들이 간 마음 불러와 어제 헤어진 사람 이름처럼 불러 보면... 가지 끝, 끝마다 작년의 모습으로 새움이 돋는다. 시를 써서 옷 속에 넣고 다니는 서른 해 내일 아침에는 어두운 구두 속에도.. 어디선가 햇살 담겨 오길 바란다.... 2015. 4. 17.
저 뜨거운 꽃들의 언어... 저렇게 빨간 말을 토하려고 꽃들은 얼마나 지난 밤을 참고 지냈을까... 뿌리들은 또 얼마나 이파리들을 재촉했을까... 그 빛깔에 닿기만 해도 얼굴이 빨갛게 물드는... 저 뜨거운 꽃들의 언어... 하루는 언제나 어린 아침을 데리고 온다. 그 곁에서 풀잎이 깨어나고 밤은 별의 잠옷을 벗는다. 아침만큼 자신만만한 얼굴은 없다. 모든 신생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초록이 몸 속으로 스며드는 아침 곁에서... 사람을 기다려 보면 즐거우리라... 내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꽃의 언어를 주고 싶지만... 그러나 꽃의 언어는 번역되지 않는다. 나무에서 길어낸 그 말은 나무처럼 신선할 것이다. 초록에서 길어낸 그 말은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모음일 것이다... 아침 언어 - 이기철.... Secret World - Ro.. 2015. 4. 14.
햇볕에 쓰다... 달력의 깊은 곳에도 온기가 스며 있었던지... 햇볕 반 되 쏟아놓으며 봄이 온다. 빛이라면 다만 금결로 돋는 햇빛의 밝음이지만... 초록과 푸름 사이 또 무슨 빛이 스며 있는지... 햇빛 사이로 누가 가만 가만히 은빛 수레를 밀고 온다. 고통이야 비길 데 없는 흰색이지만... 사람이 사람 생각하는 마음은 또 무슨 색깔이겠는지... 파랑치의 나무들은 햇빛의 언어로 하루를 쓰고... 고통을 지나온 사람들은 무문의 언어로 흉금을 쓴다. 먼 곳서 스란치마 끌고 온 하루는 발이 아프고... 저 발아의 연둣빛은 일광의 함성속에... 분홍을 켜 들고 쾌락에 잠든다... 아직도 마르지않은 눈물은 남보라 이겠지만... 껍질 뚫고 오는 씨앗의 아픔은 주황이겠거니... 봄의 육체 위에 문신을 새겨 넣고 싶은 마음... 그 .. 2015. 4. 12.
푸른 나무들의 잎이 손 흔든다... 아침이 제 손수레에 어제의 헌옷을 담을 때... 평화주의자인 나무들의 머리카락 위로 오늘이 온다. 희망이라는 말에도 집들은 펄럭이지 않고... 푸른 나무들의 잎이 손 흔든다. 사랑하라 말 할 때의 둥근 입술처럼... 하루의 손이 큰 수레에 오늘을 싣고 온다. 그 나무들의 평민국으로 소풍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이 시간엔 지구의 어느 곳에서 평등의 연필이 시를 쓴다. 가장 위대한 일은없는 것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 연필은 쓴다 새봄에는 나뭇잎이 더 신록답다고... 저것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이라고... 봄이 마련한 방에서 오늘은 신생아가 태어난다. 초록 숨 쉬는 오늘의 아이가... 가장 위대한 시간, 오늘 / 이기철 Stars and Midnight Blue - Enya 2015. 4. 12.
안개 속을 서성인다... 천 년은 지났으리 산그림자 하나... 가슴에 품고 살았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은밀한 그림자 되고 싶어... 새벽마다 호수는 안개 속을 서성인다. 밤마다 호수는 산그림자 흔들어 깨운다. 사랑이란 가슴에 호수 하나... 만들어 놓았을 뿐이더라... 양 광모《한 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중에서... Carmen Cuesta-Loeb—Bells (with CHUCK LOEB) 2015. 4. 12.
바깥에서 들여다 보는 세상은... 바깥에서 들여다 보는 세상은... 다 눈물겨운 법이다... 各으로 피고지며그리 角을 세우고... 그 안으로 숨어드는... 서늘하게 눈물을 길러야 볼 수 있는 눈... 그것이 삶의 진실인지도... Bird in Your House - Elysian Field 2015. 4. 8.
빗소리 들으며......... 비 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웅덩이 위에 고이는 가벼움으로 누군가에게 물결 져 갈 때 바람에 부딪혀 동그란 평온이 흔들리고 비스듬히 꽂힐지 모르겠지만 문득, 그렇게 부딪히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를 만나고 싶다 창문을 두들기는 간절함으로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를 때 바람에 흩날려 흐르던 노래가 지워지고 희미하게 얼룩질지 모르겠지만 한순간, 그렇게 젖어들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 가두거나 가볍게 굴릴 수 없는 투명한 세계 나무의 나이테처럼 옹이지거나 수갑 채우지는 않겠다 컵이나 주전자에 자유롭게 담기는 사유의 기쁨으로 빗방울 같은 내가 빗방울 같은 너에게 다만, 그렇게 담기고 싶다. 비 오는 날의 연가 / 강영은 머물러줘 - 재주소년 (ra.. 2015. 4. 6.
가장 눈부신 꽃은.. 지상에서는 더 이상 갈곳이 없어... 뜨거운 술에 붉은독약 타서 마시고... 천 길 절벽위로 뛰어 내리는 사랑... 가장 눈부신 꽃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른 이름이라... 문 정희《양귀비꽃 머리에 꽃고》중에서... Pequeño Fado - Mónica MolinaMonica Molina 2015. 4. 2.
우주를 채우는 몸짓... 오직 한마디로 우주를 채우는 몸짓... 밤을 잉태하는 푸른 달빛... 잎새마다 목마른 이슬로 남고 태양을 향해 불타는 빛깔... 바람을 따라 뜨겁게 깨어난다. 별빛처럼 숨쉬는 꽃술에 태고적 도도한 넋이 떠돌고... 계절을 향해 섰는 하늘을 우러러 까맣게 맺는 그리움도 한알... 영원을 꿈꾸는 앙상한 저 몸부림... 꽃이여..꽃이여....... 긴 세월을 남기는 너의 말간 이름이여... 강 진규《푸른 마음을 건너는 내 발자국》중에서 꽃... Bandari (반다리) 연주곡 2015. 4. 1.
너의 하얀 속살에 인화되어... 피와 상처는 어둠 속 빛의 곁길을 걸어왔다 비 내리고 난 후 너의 입술엔 피 송이 들이 몽글몽글 맺혔다 살 오르는 나무들은 튼실하고 강물은 굳었던 심장을 열고 오래도록 울었다 새들이 너의 청순한 가지를 분지르고 연약한 심성의 새로 돋는 상처 부위를 부리로 쪼아댈 때 가시지 않는 그리움의 넋이 너의 하얀 속살에 인화되어 화들짝 불거지는 봄의 씨방엔 이슬 같은 초록빛 소름이 가득하다... Angel - Era 2015.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