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 Therapy1064 Merry Christmas 벌써 일년이 끝나 가네 나이 먹는 건 하나 참 꾸준하구나 차곡히 쌓았던 기대만큼 실망도 늘어 갔지 그래도 오늘은 토닥토닥 거리엔 다정한 불빛, 포근한 겨울 냄새 그렇게 돌아온 christmas 눈이 올 것만 같아 두 손 꼭 잡고 한없이 걷던 그 밤처럼 우리 함께 했던 사랑만큼 내 어깨 위에 소복히 쌓이네 정말 다행인 거 같아 따뜻한 얼굴로 우리를 기다리는 happy new year 눈이 올 것만 같아 두 손 꼭 잡고 한없이 걷던 그 밤처럼 우리 함께 했던 사랑만큼 내 어깨 위에 이제는 울지 말자 두 손 꼭 잡고 한없이 웃던 그 밤처럼 우리 함께 했던 사랑만큼 거리 위에 하얗게 쌓이네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 주윤하 2019. 12. 24. 바다라는 위안 마음이 허물어질 때마다 바다를 찾는다. 바다라는 거대한 거울에 날 비춰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세상에서 더럽혀진 마음이 씻김을 받는 것 같다. 고인 물이 흐르는 물을 만나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마저 든다. 2019. 12. 23. 이율배반 건조한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다혈질인지도 모른다. 집착 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아무리 집착해도 얻지 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데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2019. 12. 22. 익숙함의 함정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낯선 것 가운데에 들어가면 간혹 내가 더 또렷이 보인다. 내 삶의 틀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의 더러움과 하찮음을 보게 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깨친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오래전 일이 기억나기도 한다. 2019. 12. 13. 추억이라는 이름 생각해보니 그간 바보처럼 추억이라 믿고 껴안고 살았던 게 너무 많았다.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간직해오던 것들.. 몇년간 입지 않은 옷, 몇년간 들춰보지 않은 물건들..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한번 있을까 말까한 물건들.. 머리위에 이고 살던 유통기한 지난 추억들.. 모조리 갖다 버려야겠다. 2019. 12. 10. 예민함과 연약함 십일월의 절반이 지나갔다. 햇살이 야위고 바람에 유리창에 흔들리는 이 계절을 나는 좋아한다. 마치 겹겹의 옷을 다 벗어버린 것 같은, 누군가를 만나면 그만 물려 죽을것만 같은 예민함과 연약함 속에서 나 자신이 선명하게 깨어있기 때문이다. 2019. 12. 8. December 당신을 초대한다 아름다운 눈을 가진 당신 그 빛나는 눈으로 인생을 사랑하는 당신을 초대한다. 보잘 것 없는 것을 아끼고 자신의 일에 땀 흘리는, 열심히 쉬지 않는, 당신의 선량한 자각을 초대한다. 행복한 당신을 초대한다 가진것이 부족하고 편안한 잠자리가 없어도 응분의 대우로 자신의 삶을 신뢰하는 행복한 당신을 기꺼이 초대한다. 눈물짓는 당신, 어둡게 가라앉아 우수에 찬 그대 또한 나는 초대한다. 몇번이고 절망하고 몇번이고 사람 때문에 피 흘린 당신을 감히 나는 초대한다. 당신을 초대한다 겨울 아침에... 오늘은 눈이 내릴지 모른다. 이런 겨울 아침에 나는 물을 끓인다. 당신을 위해서..... 2019. 12. 1. 시간과 존재 시간은 바다와 같고 허공과 같고 한 점에 계속해서 박히는 못과 같다. 나는 이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져가는 시간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시간의 등뒤로 손수건놀이하듯 몰래 지나가기를 즐긴다. 시간과 존재가 서로에게 그렇게 빠듯하게 굴지 않아도 좋다는 건... 나이 든 뒤의 유쾌한 깨달음이다. 걱정 말고 너도 가고 나도 가면 되는 것이다. 가능하면 흔적 같은 건 남기지 말고... 2019. 12. 1. 계절 사이 11월의 끝자락이다. 창틈으로 스며드는 공기에 싸늘함과 쓸쓸함이 가득하다.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시기인 11월이 사라질라치면, 현관문을 열고 배웅이라고 나가야 할 것만 같다. 11월 측은하다. 너무 빨리 달아난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어떤 이들은 11월을 가리켜 '계절의 환승역'이라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 이 시기를 통과할 즈음 우린 가을이라는 열차에서 내릴 채비를 한다. 어떤 이들은 계절과 계절 사이를 그냥 건너가는게 아쉬워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의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계절의 흐름과 함께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을 애도한다고 할까... 2019. 11. 26. 나이듬의 단상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풍파를 견디는 일이다. 스스로 터득한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견디는 일이다. 삶이라는 비바람 속에서 한때 내 일부였던 것들이.. 몸에서 떨어져나와 수분을 잃고.. 가루가 돼 흩날리는 광경을 덤덤하게 바라보면서, 우린 그렇게 나이라는 것을 먹는다. 그리고 잊지않고 꼭 확인시키고 각인 시킨다. 오늘처럼............ 2019. 11. 12. 길 없는 길 길 없는 길 위에서 마음 적당히 비뚤어지게 만드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가슴에 푸른 멍이 들고.. 목젖까지 부어 숨이 차올랐던 그런 날엔... 술잔이 투박한 그 집 붉은 의자가 좋다.. 길 없는 길 위에서 눈물 섞인 술을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자정이 지나도록 입 안에 혀는 지칠 줄 모르고 언어가 몸살을 앓는 그런 날엔.. 술잔이 투박한 그 집 붉은 의자에 온통 내려놓고 싶다... 가끔씩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날, 그런 날엔 젖은 나를 뽀송뽀송 말리거나.. 너무 말라 부서질 것 같은 몸, 축축하게 적시거나... 2019. 11. 7. 추억의 다른 이름 잘 지내느냐는 한때 소중했던 사람의 문자를 느닷없이 받으면 마음에서 서늘한 바람이 이는 것만 같다. 잠시 그 바람 속으로 모든 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사람이 보내온 짧은 문자와 비슷한 글자수로 답신을 보냈다. 그러고는 그 사람에게 보내지 못한 나머지 메시지는 속으로 삼켜버렸다. 그래도 고마웠다고... 덕분에 그 힘든 시간 버틸 수 있었다고....' 2019. 11. 4.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8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