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의 이미지
누군가에게 색깔의 이미지로 남는다는 것은 좀 더 오래도록 기억된다는 뜻이다. 색깔이 아니어도 무엇이든 선명한 이미지로 남는다는 것은 기억의 끄트머리를 좀 더 오래도록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분홍으로, 보라로, 하얀빛으로, 장미향기로, 물냄새로, 나무냄새로, 더러는 매콤한 술냄새로, 바이올린으로, 피아노로, 트럼펫으로…. 이미지는 확실히 언어보다 힘센 뿌리를 가지는 법이어서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라는 싯귀의 진정성을 실감케 한다. 가끔은 한 사람 생각에 줄곧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한 사람은 이제 나를 잊었을 것이고, 나에 대한 이미지만 어슴프레한 여명처럼 남겨져있을 것이다. 술냄새로, 빗소리로, 술냄새로, 빗소리로…. 그러나 이토록 비가 오지 않는 마..
2021.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