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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Therapy1064

비극적인 이중 도주 누군가 나에 대해서 자기식대로 규정하면.. 나는 포획된 이미지처럼 꼼짝없이 그런 사람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내면을 설명할 도리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나'나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나란 존재의 경계는 얼려버리고... 자신이라고 믿는 것이 점점 더 허구가 되어버린다. 단지 '너' 가 아니기 때문에 '나' 인것만 같은 세계와 타인 사이의 경계막, .......혼자 있을 곳을 찾아 헤매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비극적인 이중 도주.... 그러니 나에 대해 스스로도 규정할 수 없다. 2019. 8. 10.
하루치의 고독 모르겠어.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 다만 그곳으로 조금씩 나를 밀면서 가고 있는 기분…… 잘못 갈지도 모르고 못 만날지도 모르지…… 정말 그리울 뿐, 무엇인지 모르겠어.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다만 사는 것 외에는 무엇도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 비슷한 일상속에서 가장 힘들게 다가오는 건... 어쩌면 삶의 지루함보다도 외로움일지도 모르겠다. 2019. 8. 6.
悲夢 아침이면 늘 같은 자리에서 눈을 떴지만, 모든 방은 섬으로 떠 가는 뗏목같아서 나는 밤새 물위에서 처럼 노를 저었다. 말하자면 나는 아직 알 속에서 살고 있는 듯 이 세계에 대해 막연하고 어슴푸레하게... 하나의 추상으로서 둥둥 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이마를 딛고 지나간 몇개의 젖은 언어가 비온 뒷날의 꽃잎처럼 가장 자리가 찢긴채 베갯머리에 흩어져 있었다... 2019. 8. 3.
현실의 늪 살아지지가 않아요. 정말 살아지지가 않아서 그래요.....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으니 내가 전원을 꽂고 살아 주는 가전제품 같기만 해요. 세탁기처럼, 냉장고처럼... 우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개미처럼 끊임없이 삶의 틀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삶은 어디로 빠져나가 버리고 껍질만 이렇게 수북할까..... 한 방 가득 눈물겨운 양파를 까 놓고 집에는 없는 삶을 찾아서 집 밖으로 나가 보지만..삶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2019. 7. 30.
쓸쓸한 기시감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버렸을까... 그리고 다가오는 풍경들은 이전에 본 온갖 영화의 잘린 필름 조각들을 두서없이 이어 붙인 것처럼 어디선가, 언젠가 본 것 같은 놀랄것 없는 풍경들... 이 다정하고 쓸쓸한 기시감. 2019. 7. 29.
존재의 이유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분명한 메세지를 가지고 탄생한다. 아직 젊었을 때, 삶에 빚진 것도 없고 발 묶인 데도 없이 사는 일이 뜨악하고 시들했을 때에 나는 늘 궁금했었다. 왜 태어났을까..? 내가 모를 나는, 왜 이렇게도 엄청난 일에 동의했을까..? 2019. 7. 22.
슬픔의 악보 하늘과 방 사이로 빗줄기는 슬픔의 악보를 옮긴다. 외로이 울고 있는 커피잔, 無爲를 마시고 있는 꽃 두 송이 누가 내 머릿속에서 오래 멈춰 있던 현을 고르고 있다... Lament- Adam Hurst 2019. 7. 20.
간절함의 침묵 빈다는 것은 무엇을 빌어서 이루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태도이며 이미 완결된 행위가 아닐까... 기원하는 사람은 침묵 속에서 매일의 사소하지만 또 너무나 간절한 것들을 이미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지금 빌라고 하면 나는 침묵의 끝에 단지 간절함을 빌 것이다. 무료하거나 무의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냉소적이거나 불성실하거나 지치거나 오만하거나 권태에 빠지지 않고 매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살게 해 달라고.... Gayatri Mantra 2019. 7. 19.
비의 비애 하루 종일 바람과 비가 심했다. 이유 모를 동경에 하루 종일 내 영혼이 뒤흔들렸었다. 지치도록 후덥지근한 더위... 우울한 날씨 우울한 과제가 머리와 전신을 누른다. 하루종일 비가 온다. 슬픈 비 같이 어둡게 온다... 2019. 7. 10.
행간의 그리움 돌아보면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은 어느 자리에 박힌 표석이나 장중에 휘날리는 깃발처럼 단단한 목표나 구체적인 꿈이 아니라... 몇개의 단어와 단어들이 거느린 흐릿한 이미지들, 단어들 사이의 그리움이다. 예를들면 극광, 방랑, 사막, 자유, 야누스, 왼손잡이, 사탕, 방, 구름다리, 비...소통, 아웃사이드, 절정, 고독, 모서리, 그리고 제로같은 단어들.... 그것은 이상이나 목표보다 강해서, 지속적인 주문이 되고 암시가 되며 우리 생의 무의식적 의도가 되기도 한다. 마치 아침부터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해 잠들기 전까지 떠나지 않는 한 소절의 가사처럼... For Now - Thomas Feiner & Anywhen 2019. 7. 8.
훼손되지 않은 꿈 내 생은 살이 망가진 우산을 펴고 보이지 않는 먼 공중으로 아득히 날려가고 있는 것만 같다. 삶도 둥글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바다를 건너 언젠가는 그 처음으로 가 닿고 싶다. 훼손되지 않은 내 꿈의 맨 처음으로... Thomas Feiner & Anywhen - Dinah & The Beautiful Blue 2019. 6. 29.
미확적인 유혹 삶이 깊어지면 개념은 없어진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이미 규정된 관념이 아니라 그 너머 저마다의 낯선 벼랑길을 걷는다. 그래서 생은 여전히 미확인적인 유혹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Elegeion - Scars 2019.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