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게으르고, 참 부지런하다.
일어나면 일단, 창을 열고 환기를 하며 침대 정리를 한다.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해서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잘 정리된 침대 이불을 걷으며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넷플릭스나 왓챠를 보는 그 게으른 시간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다. 내가 느리게 느리게, 조금씩 조금씩, 계속 움직이며, 게으른 애들 중에 제일 부지런하게 사는 이유는, 사실 그 하나다. 나를 달래기 위해서. 나를 우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겐 너무 행복한 그 게으른 시간을, 죄책감 없이 만끽하기 위해서. 강세형《희한한 위로》중에서 ‘나는 참 게으르고, 참 부지런하다’
2022.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