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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herapy/길위의 바람...267

바다를 기억하는가... 계절마다 우리는 바다를 찾아 간다. 꼭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처럼... 꼭 그래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한 사람들처럼... 또는 삶에 지워져 희미해진 옛 추억을... 바다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찾는 사람의 지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도 바다 앞에 선다... 바다를 기억하는가... 바다는 늘 그렇게 태초부터 하나인데... 우리는 모두 바다를 다르게 추억한다. 추억의 바다는 다르나 바다는 온전한 하나의 바다로 존재한다. 그것이 위안이 되고 그것이 너무도 다행스럽다. 그 옛날 언제나 나를 기다려 주던 내 어머니처럼... 바다는 늘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먼지 날리는 회색 도시의 하루를... 견디게 해주기도 한다. Seven Seas - CUSCO 2016. 4. 11.
멀리서만 보고... 멀리서만 보고 다가서지 못하는 풍경... 눈과 마음으로만 보고 떠나오는 풍경... 해질녘 산 너머로 떨어지는 노을이 그런 풍경이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멀고... 마음에 담기에는 너무 아득하나... 이런 아득함이 주는 쓸쓸함과 애잔함은... 오랫동안 홀로 견디는 힘과... 끝까지 삶을 껴안는 겸허한 사랑을 매우게 한다. 진동선《그대와 걷고 싶은 길》중에서... Loves Strange Ways - Chris Rea 2016. 1. 15.
햇살 속에 길이 있다... 햇살 속에 어둠이 있고 어둠 속에 햇살이 있다. 어느덧, 길 속에 햇살이 있고 햇살 속에 길이 있다. 컬러로 만나든, 흑백으로 만나든 모두 삶의 핏줄이다... 언덕을 넘고 고개를 넘고 산비탈을 넘을 때마다... 햇살에 살며시 드러낸 삶의 핏줄을 본다. 진동선《그대와 걷고 싶은 길》중에서... Blues Walkin` By My Side - Sonny Black 2016. 1. 13.
삶의 친구란... 삶의 친구란... 사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어디든 함께 떠날 수 있는... 거울 같은 사람이다... Safe and Secure - Marc Enfroy 2016. 1. 13.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밝았다..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난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는 달... 그렇게 살 수 있는 1월은 축복이다. 1월 / 목 필균 How Can I Keep From Singing - nEnya 2016. 1. 1.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바람의 나이... 입이 없어도 할 말을 하고... 눈이 없어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모난 것에도 긁히지 않고... 부드러운 것에도 머물지 않는다. 나는 언제쯤 길을 묻지 않고... 지상의 구부러진 길을 달려갈 수 있을까... 바람은 길을 묻지 않는다 / 양금희 Armonitango - Antonio Serrano 2015. 12. 7.
내 가슴 빈터에... 네 망설임이 먼 강물소리처럼 건네왔다. 네 참음도 네가 겸손하게 삶의 번잡함 쪽으로 돌아서서... 모르는 체하는 그리움도... 가을바람 불고 석양녘 천사들이 네 이마에... 가만히 올려놓고 가는 투명한 오렌지빛 그림자도... 그 그림자를 슬프게 고개 숙이고... 뒤돌아서서 만져보는 네 쓸쓸한 뒷모습도... 밤새 네 방 창가에 내 방 창가에 내리는... 내리는, 차갑고 투명한 비도... 내가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한번, 내 이름으로 너는 늘 그렇게 내게 있다 세계의 끝에서 서성이는 아득히 미처 다 마치지 못한 말로... 네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쓴다. 내 가슴 빈터에 세계가 기웃, 들여다보고 제 갈 길로 가는 작은, 후미진 구석... 그곳에서 기다림을 완성하려고 지금, 여기에서 .. 2015. 11. 25.
바람의 언어는... 이 정거장에는 푯말과 이정표가 없고... 레일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저 바람의 뒤를 따를 뿐 뒤를 따랐던 흔적일 뿐이다... 이 정거장에서 바람은 사방에서 팔방으로 분다. 세상의 모든 방향에 눈길을 두면... 결국 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떠나든 도착하든 이 정거장은... 영원인지 잠시인지 머문 바람의 다른 이름이다. 이름이란 일체의 수식을 무정차 통과시킨 앙금 아닌가... 문장과 구절과 행간과 행간의 여백마저 여백의 침묵조차... 스르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보낸 뒤... 겨우 남은 지시어나 구구점 같은 것... 그나마 문지르면 깨끗이 지워질 거다. 그러니 눈으로 보려하지 말고 귀를 기우려라... 바람의 언어는 고요인가 소요인가... 이 정거장은 지금 종착이자 시발이.. 2015. 11. 18.
내 속에는 나무가 살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바람을 품어야 닿을 수 있을까... 몸 열어 가지 키우는 나무, 그 나뭇가지 부러진 곳에 빛의 파문이 일고 말았다. 둥근 기억의 무늬가 새겨지고 말았다. 기억을 지우는 일은 어렵고 어려운 일이어서 끌고 가야만 하는 것 옹이 진 자리... 남아있는 흔적으로 물결무늬를 키우고... 온몸이 흔들리도록 가지 내밀어 제 몸에 물결무늬를 새겨 넣는... 나무의 심장을 뚫고 빛이 들어간다. 가지가 뻗어나갔던 옹이가 있었던 자리의 무늬는... 지나간 시간이 축적되어있는 나무의 유적이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무늬의 틈새로 가지가 터진다. 잎 터진다, 꽃 터진다, 제 속에 유적을 품은 저 나무가 뜨겁다. 나무가 빚어내는 그늘에 들어앉은 후... 나는 비로소 고요해졌다... 나.. 2015. 11. 17.